美 ‘자이언트 스텝’ 밟으면 금리 역전… 자본유출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18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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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7.13/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7.13/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지만 양국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위기에 빠진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의 ‘빅 스텝’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2.25%)는 미국(1.50~1.75%)보다 0.50~0.75%포인트 높아졌다. 그러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장의 예상대로 6월에 이어 이달에도 ‘자이언트 스텝’(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상승한다. 한국보다 오히려 0~0.25%포인트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만일 한미 금리가 역전된다면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제로금리에 돌입했던 2020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을 추월하게 되면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 자본이 고수익을 찾아 미국 등 해외로 유출되면서 원화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환율 상승으로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가 더 뛸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물가상승률은 0.06%포인트 상승한다.

그러나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이에 대한 질문에 “금리 역전 자체는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며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있었고,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느냐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미국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처럼 빠르게 자이언트 스텝으로 갈 필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두 나라 금리가 역전된다고 해서 당장 금융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것처럼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가볍게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역전 자체만으로 자본유출을 부추긴다고 보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1%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면 위험하다”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한국 국채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만기 이후 재투자하지 않고 수익이 높은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향후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져 환율 쏠림이나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조짐이 나타날 경우 한은의 (금리 인상) 보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금융시장은 한은의 빅 스텝 결정이 예상에 부합했다는 해석이 나오며 차분한 하루를 보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0.47% 상승했고 원-달러 환율도 5.2원 내린 1306.9원에 마감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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