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부 블랙홀 첫 포착…“은하 형성·진화 난제에 한걸음”

  • 뉴시스
  • 입력 2022년 5월 12일 2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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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구자들이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초대질량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포착해 공개했다.

2019년 처녀자리은하단에 속한 M87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3년 만에 두 번째로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 천체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 가운데 하나인 우주 형성의 비밀을 밝히는 데 한 발짝 내디뎠다는 평가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참여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국제 공동 연구진은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초대질량 블랙홀 ‘궁수자리 A’(Sgr A) 영상을 포착해 12일 공개했다.

지구에서 약 55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M87의 중심부에 있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2019년 관측하는 데 성공한 이후 3년 만에 나온 성과다. 우리은하 중심에 위치한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지구로부터 약 2만7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에 자리 잡고 있다. 질량이 태양보다 약 400만 배 크다.

태양계로부터의 거리가 M87 블랙홀과 비교해 2000분의 1 정도로 가까워 블랙홀 연구의 유력한 대상이다. 그러나 M87에 비해 1500배 이상 질량이 작아, 블랙홀 주변의 가스 흐름이 급격히 변하고, 영상이 심한 산란 효과를 겪어 M87에 비해 관측이 어려웠다.

전세계 8개 전파망원경을 연결한 EHT로 관측 성공

이에 연구진은 전 세계 협력에 기반한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EHT로 높은 민감도와 분해능을 가진 지구 규모의 가상 망원경을 만들어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 세계 80개 기관, 300명이 넘는 EHT 연구진들이 참여해 이룩한 성과다. EHT 연구진은 2017년 출범 때부터 ‘궁수자리 A’ 포착에 목표를 둬왔다. 앞서 2019년 4월 10일 처녀자리은하단에 속한 M87 중심부의 블랙홀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3년 만에 더 어려운 두 번째 블랙홀을 촬영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대규모 블랙홀 관측자료를 처리하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동시에 블랙홀에 대한 다량의 영상을 재현해 이를 비교하는 모의실험을 5년간 끊임없이 진행했다. 관측자료 보정과 영상화 작업 끝에 연구진은 고리 형태의 구조와 중심부의 어두운 지역인 블랙홀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천문연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3기는 EHT 다파장 캠페인에 참여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의 구조가 원형에 가까움을 확인했으며, 이로부터 블랙홀의 부착원반면이 지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제시했다.

천문연 소속 등 국내 연구자와 해외 거주 한국인 연구자들은 EHT 주요 망원경인 칠레의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와 하와이의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운영에 참여해 이번 연구의 관측, 자료처리, 영상화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을 수행했다.

블랙홀 관측 통해 알려고하는 것?…은하 형성·진화,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

블랙홀은 검은(black) 구멍(hole), 즉 강한 중력에 의해 빛 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서 검게 보이는 천체를 뜻한다.

특히 은하 중심에는 적어도 1개 이상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은하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은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이르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있다.

관측을 통해 블랙홀의 위치와 구조를 아는 것은 우주의 역사와 미래를 밝히는 초석이다.

이번 성과는 빛도 빠져나오지 못해 보이지 않는 블랙홀의 실제 모습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규명된 것이 많지 않은 블랙홀 연구의 진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과학자들은 초대질량 블랙홀이 은하의 형성, 즉 초기 우주 형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후속 연구로 EHT 연구진은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부착 흐름을 분석하는 이론을 세우기 시작했다.

천문연은 이번 관측을 통해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일반상대성이론의 정밀한 검증 등 새로운 결과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머지않아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

이번 발표에 대해 EHT의 주요 인사는 다양한 평을 내놓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집단지성으로 인류가 직접 관측한 블랙홀 중에 가장 가까운 블랙홀”이며 “천문연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ALMA 및 JCMT 망원경 참여를 넘어 KVN이 EHT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HT 과학이사회의 공동 위원장인 세라 마르코프는 “궁수자리 A 블랙홀과 M87 블랙홀은 매우 유사한 모양을 보이는데, 이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에 의한 것”이라 설명했다.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영상화 과정에 참여한 조일제 박사(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연구소)는 “이번 영상은 빠르게 변화하는 블랙홀의 그림자를 포착해 천체가 정적이라고 가정하고 촬영하는 기존 전파간섭계 영상화 과정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머지않아 블랙홀로 물질이 빨려 들어가는 과정도 직접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대만중앙과학원 천체물리연구원의 케이치 아사다는 “이번 연구를 통해 초대질량 블랙홀 중 가장 큰 편인 M87 블랙홀과 가장 작은 편인 궁수자리 A 블랙홀 영상을 비교·분석해 중력이 극단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느 때보다 더 자세히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기존 M87과 이번 궁수자리 A 블랙홀 연구에 참여한 김재영 경북대 교수는 “이전 M87 블랙홀과 비교해 궁수자리 A 블랙홀은 제트와 같은 강력한 물질 분출 현상이 없는 블랙홀로, 이 두 블랙홀의 EHT 영상을 함께 연구함으로써 현대 천체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들 중 하나인 블랙홀 제트의 물리적인 기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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