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운전자 습관 따라 보험료 산정… ‘BBI 보험’ 곧 나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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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험업계, 손해율 증가 골머리… 안전운전 지키면 보험료 깎아줘
스타트업 ‘카비’ 기술검증 마치고 상품 출시 위한 내부 검토만 남아
캐롯도 하반기 출시 위해 개발중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운전습관을 분석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BBI(Behavior-Based Insurance)’ 자동차보험이 올해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다. 국내 보험사들이 갈수록 높아지는 차보험의 손해율(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잡기 위해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선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이런 식으로 보험료를 최대 60% 깎아주고 있다.

○ 국내에서도 조만간 BBI 보험 판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대형 보험사는 인슈어테크(보험+기술) 솔루션 스타트업인 ‘카비’와 손잡고 카메라영상 AI 기반의 ‘운전습관 연계보험’을 준비하고 있다. 1월 말 기술 검증을 마치고 상품 출시를 위한 막바지 내부 작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도 올 하반기(7∼12월) 출시를 목표로 BBI 보험 개발에 나섰다.

BBI 보험은 차량 내 카메라와 센서 등을 통해 수집한 운전습관을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보험료를 산정하는 새로운 개념의 차보험이다. 구체적으로 앞차와의 거리, 차로 이탈, 신호 위반 여부, 급가속, 급제동 횟수 등의 정보를 수집한 뒤 이를 빅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에 투입해 ‘안전점수’를 산출한다. 안전점수가 높은 가입자에겐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고 점수가 낮은 가입자에겐 보험료를 할증하는 식이다.

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수집한 주행거리, 주행시간 등의 정보로 보험료를 정하는 ‘UBI(Usage-Based Insurance)’ 보험에서 훨씬 더 진화한 형태다. 국내 대표적인 UBI 보험으로 캐롯손보의 ‘퍼마일자동차보험’이 있다. GPS 장치인 ‘캐롯플러그’를 이용해 주행거리만큼 보험료를 후불로 내는 방식이다. UBI 보험도 안전운전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지만 GPS가 실제 운전자의 행동이 아닌 차량의 주행 정보만 파악한다는 한계가 있다.
○ 운전습관 분석해 최대 60% 보험료 할인
해외에서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BBI 차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해 10월 자사 차량에 달린 영상 인식 센서를 이용한 BBI 보험을 미국 텍사스주에서 처음 선보였다. 가입자의 실시간 운전행태를 파악해 ‘보통’ 이상의 안전 점수를 받으면 보험료를 20∼60%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GM도 올 상반기(1∼6월) 내에 미국 애리조나, 일리노이주 등에서 BBI 보험을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손보사들도 AI를 통해 보험 가입자의 운전습관을 정확하게 파악하면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고 고객의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보사 관계자는 “보험사는 AI를 활용해 합리적으로 보험료와 보험금을 산정할 수 있고, 고객들은 안전운전 습관을 기르고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윈윈’”이라고 했다.

미국의 인슈어테크 기업 젠드라이브(Zendrive)는 BBI 보험이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개선해 사고 가능성을 최대 49%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BBI 보험을 두고 보험 가입자의 운전습관별로 보험료가 크게 차이 날 수 있고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테슬라 같은 자동차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AI가 정교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수집한 정보를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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