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카드 빚도 ‘부모찬스’로 해결…‘엄카족’ 편법증여 조사 착수

  • 뉴스1
  • 입력 2022년 2월 3일 12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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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 대출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금수저 엄카족 등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 대출도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금수저 엄카족 등 편법증여 혐의자 227명 세무조사’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20대 초반의 일용근로자 A씨는 대출금을 포함해 다수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또 명품 쇼핑이나 해외여행을 취미 삼으며 많은 지출을 하기도 했다. 세무당국은 A씨의 자금여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검증 결과 이는 고액 자산가인 모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A씨는 모친에게서 부동산을 양도 받고 양도대금도 편법 증여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대출이자 역시 모친이 대납했다. A씨와 A씨 오빠 등 자녀들의 호화로운 생활로 인한 고액의 신용카드대금 역시 모친이 대신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3일 고액대출로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취득한 뒤 ‘부모찬스’를 이용해 대출금을 상환하는 등 변칙적인 탈루행위가 포착된 227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세청은 올해부터 자금여력이 부족한 연소자 등의 주택 취득과 소득 대비 고액 자산 취득 뿐 아니라 고액의 채무 상환 등도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10대에서 30대까지의 연소자들이 대다수로, 이들은 본인의 힘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재산을 취득한 것처럼 위장했으나, 실상은 ‘부모찬스’를 이용하거나 소득을 누락해 부를 이뤘다.

조사 사례를 보면 앞서 언급한 A씨의 경우처럼 본인의 소득을 주식·부동산 취득 등 재테크에 투자하고 사치성 소비생활을 부모카드로 해결한 금수저 ‘엄카족’이 93명이었다.

재산이 없고 경제활동도 없는 20대 여성 B씨는 수십억원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이는 전문직 고소득자인 부친에게 자금을 편법 증여 받은 것으로, 부친이 B씨의 대출이자와 원금을 대신 상환한 혐의가 확인됐다. B씨는 부친의 사업장에 근무한 사실이 없음에도 가공급여를 지급받거나, 부친 명의의 신용카드로 명품 쇼핑 등 호화생활을 누리기도 했다.

근로소득자인 30대 여성 C씨는 부동산을 취득하고 고액의 대출을 받으면서 이 돈을 부동산 임대업자인 부친이 대신 변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소비생활은 부친의 신용카드로 하면서 자신과 배우자의 소득을 모두 저축해 자산을 증식하기도 했다.

자녀의 채무를 면제 혹은 인수하거나 부담부증여 등의 방식을 통한 ‘편법증여’ 사례는 87명이었다.

30대 후반의 ‘무자력자’ D씨는 부친에게서 부동산 취득자금을 증여받고, 부동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수십억원을 차입했다. 이후 부친이 대출이자와 대출원금 중 일부를 남기고 대부분 상환했지만 근저당가액은 변경없이 등기해 채무 상환 사실을 은닉한 혐의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 제공
역시 벌이와 재산이 없는 30대 초반 E씨는 부친 소유 부동산을 양도형식으로 취득하면서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액으로 거래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계약서상 임대보증금 채무를 실제보다 부풀려 기재해 매매대금을 과소지급했다.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 채무도 명의 변경없이 부친이 상환했다.

30대 후반의 근로소득자 F씨는 부동산 취득과정에서 금융기관에서 수억원을 차입하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모친이 해당 채무를 인수하면서 F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금전대차계약을 체결했지만, F씨가 이자나 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사실상 ‘채무면제’를 해줬다.

이 밖에 신종 호황업종을 운영하면서 관련 소득 신고를 누락하고, 이를 통해 자녀에게 변칙 증여한 사례가 47명이었다.

유명 스타강사로 고소득을 벌어들이는 G씨는 가공경비를 계상하는 방법으로 사업소득을 탈루하고, 이 소득을 통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의 명의로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해 편법 증여했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업종을 운영하는 H씨는 해외 플랫폼 업체에서 지급받은 소득을 신고 누락하고 이를 통해 주식을 사들이거나 30대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대납하는 등 편법 증여한 혐의다.

박재형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앞으로도 자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에 엄정 대응하겠다”면서 “소득 대비 고액 자산 취득자에 대한 검증체계를 정교화하고, 특히 대출 증감 내역과 소비 패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부채 상환에 대한 검증 수준을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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