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자산가격 거품 붕괴시 최악의 경우 성장률 -3%로 추락”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3일 14시 33분


코멘트
한국은행이 부동산 등 자산가격 거품이 높은 ‘금융불균형’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은은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 충격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GDP)이 -3%를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계와 기업 빚이 전체 경제규모의 2.2배에 달하는 등 역대 최고 수준으로 커졌고, 자영업자 대출도 내년 상환유예 종료시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은 국내외 금융불균형 상황에서 실물경제 하방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취약성지수를 활용해 GaR(최대성장감소율) 분석을 실시했다.

한은 시산 결과 금융불균형 상태에서 10%의 확률로 발생하는 극단적 대내외 경제충격을 받을 경우 1년 후 경제성장률이 연간 -1.4%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극단적 경제충격은 주요국의 자산가격 거품이 꺼지고, 금융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되면서 가계 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되고 수출이 감소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63.7)과 중국(87.3) 등 주요국 금융취약성지수를 고려하면 성장률은 -3%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금융불균형은 저금리에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 투자한 산 사람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올 3분기 금융불균형 수위를 나타낸 금융취약성지수(FVI)는 56.4로 전분기(59.2)에 비해 낮아졌으나 장기평균(2010년 이후·31.3)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FVI는 대출 증감률, 자산 가격 상승률, 금융 회사의 건전성 등을 종합해 금융의 중·장기적인 상황을 평가하는 지수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11월을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이 지수가 올라갈 경우 미래에 위기가 올 때 금융과 경제가 받는 충격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자산가격 폭등과 함께 민간부채도 크게 늘었다. 올 3분기 국내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도 3342조7000억원으로 넘어서는 등 전체 국내 경제 규모의 2.2배에 달했다. 올 3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표상 가계·기업 부채의 합) 비율은 219.9%로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9.4%포인트 상승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주체별로는 가계가 106.5%로 1년 전보다 5.8%포인트 상승했고, 기업이 113.4%로 1년 전보다 3.6%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등 금융불균형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실물경제 하방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가계의 실물자산 보유 비중이 높고, 고위험 가구가 늘고 있는 점에서 감안할 때 가계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할 경우 실물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주택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 대비 실물자산 비중은 63.6%로 미국(29.3%), 일본(37.9%) 등 주요국보다 높다. 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대비 부채비율(DTI)이 100%를 넘는 ‘고위험가구’도 2018년 말 30만4000 가구에서 지난해 말 40만3000 가구로 2년 만에 10만 가구 늘었다. 전체 가구 수 대비 3.4%에 달한다.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어 우려되고 있다. 올해 3분기 자영업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4.2% 증가한 85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의 가계대출 증가 속도(10%) 보다 빠른 것으로 2분기 증가폭(13.7%)보다도 확대됐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규모도 3억5000만원으로 비자영업자의 1인당 대출규모(9000만원) 보다 4배 가량 높았다.

예정대로 내년 3월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가 종료될 경우 소득대비 부채 비율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39.1%에서 41.3%로 2.2%포인트 높아지는 등 부실 폭탄이 터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늘면서 민간 소비를 위축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은은 가계소비를 제약할 정도의 부채 임계 수준은 DSR 기준으로 45.9%인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이 소득수준 및 연령대별로 DSR 상승에 따른 소비 임계수준 초과 차주 비중을 추정한 결과 가계의 DSR이 8%포인트 상승할 경우 저소득 및 청년층(20~30대)의 소비가 각각 27.7%, 12.3% 제약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금융불균형 누증과 같은 잠재적 취약성이 증대된 상태에서 충격이 발생하게 되면 그 영향이 금융 시장과 경제 전반에 크게 나타나게 된다”며 “민간신용이나 금융취약성 지수 등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상당폭 낮은 수준이라 실물경제 하방 리스크는 과거 위기와 비교해 볼 때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