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평균 전셋값 4억 돌파…임대차법이 되레 불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일 11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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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화성시 동탄의 공공임대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1일 경기 화성시 동탄의 공공임대주택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화성=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공공임대주택이 정부 계획을 넘어선 15만 채가 공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장기임대주택 재고율이 ‘선진국 클럽’으로 여겨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평균 전세금이 처음으로 4억 원을 돌파하고, ‘전세난민’ ‘서포자(서울포기자’가 양산되는 등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불안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속적인 공급확대에도 전세시장 불안이 커지는 이유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장기 공공임대재고, OECD 평균 달성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실적이 계획물량(14만1000채)보다 9000채 많은 15만 채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건설임대주택이 7만2000채(계획물량·7만 채) △기존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매임임대주택이 2만8000채(2만7000채) △기존 주택을 임차하여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이 5만 채(4만4000채)였다.

지역별로는 전체 물량의 61%인 9만2000채가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 나머지(5만8000채)는 충북 경남 충남 대전 등에서 각각 공급됐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2020년이 임대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가 170만 채를 넘어서고, 재고율은 OECD 평균인 8% 수준을 달성하는 의미 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확보한 만큼 양적인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던 임대주택 정책 목표를 질적인 제고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3월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2.0’을 차질 없이 수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주거복지로드맵 2.0은 공공임대주택 재고를 당초 2022년까지 200만 채에서 2025년까지 240만 채 확보로 조정하고,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율 10%를 달성하는 게 핵심이다.

● 전세금 급등에 ‘전세난민’ ‘서포자’ 양산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성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임대주택 정책의 목표인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금은 급등하고 있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4억1만 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 4억 원을 넘기며 최고가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는 1년 전(3억2264만 원)과 비교하면 7737만 원(24.0%) 오른 것이다. 2년 전인 2019년 1월(3억1814만 원)보다는 25.7%(8187만 원) 상승했다. 2년간 상승분이 지난 1년 상승분과 큰 차이가 없다. 지난 1년간 전세금 상승이 그만큼 가팔랐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2016년 11월 3억 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9월 3억5000만 원을 넘겼다. 5000만 원이 오르는데 3년 10개월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3억5000만 원에서 4억 원까지 오르는 데에는 불과 4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이런 흐름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7.32% 올라 2011년(15.38%) 이후 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수도권 전체로는 지난해 8.45% 상승하면서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가격 급등에 따라 ‘전세난민’이 속출하고 서울을 떠난 사람(‘서포자’)이 크게 늘었다. 통계청의 ‘2020년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떠난 사람은 164만 7797명으로, 최근 5년 사이 전출인구로는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또 전입자보다 전출자수가 많아지면서 순유출이 6만5000명으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 임대차 보호법 도입이 직격탄이 됐다
전문가들은 공공 임대주택 공급이 꾸준히 늘었는데도 전세시장의 불안이 커진 직접적인 이유로 ‘임대차 보호법 도입’을 꼽았다. 지난해 7월 31일부터 관련법이 시행된 이후 매물 잠김 현상과 신규 계약 시 높은 임대료 요구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 나온 전세 매물은 지난해 8월 이후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890건이었으나 법 시행 직후인 8월 1일 3만7107건으로 27% 감소했다.

이후에도 매물은 계속 줄어 9월 1일 1만4236건, 10월 1일 8829건으로 각각 쪼그라들었다. 이후 11월 1일 1만1233건, 12월 1일 1만3689건, 올해 1월 22일 2만16건으로 조금씩 늘고 있지만 지난해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인다.

임대차 분쟁과 상담도 크게 늘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료 증액 및 계약갱신 관련 조정은 총 155건으로, 전년(48건)과 비교해 3배 넘게 증가했다. 임대차법 관련 상담은 1만1589건으로 전년(469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폭격 외에 도시를 파괴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료 등 집값 통제’라는 말이 있다”며 “임대차 보호법 도입으로 예상됐던 부작용이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임대주택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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