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판매 금융권 중징계… 소송전-인사태풍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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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내부통제 미흡’ 증권3사 제재


피해 규모만 1조6000억 원에 이르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에 무더기 중징계가 내려졌다. 펀드를 판 증권사의 전·현 최고경영자(CEO)에게 직무정지와 문책경고 등의 중징계가 내려지고 해당 회사들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연내 7개 은행에 대한 제재에 나설 예정이어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은행 CEO들이 중징계를 받으면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의 법적 다툼과 연쇄 인사이동 등의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전날 라임 펀드를 판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등 증권사 3곳의 CEO와 기관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KB증권과 신한금투에는 일부 영업정지 및 과태료를, 대신증권에는 라임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 반포WM센터 폐쇄 및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김형진 전 신한금투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은 직무정지, 김성현 전 KB증권 사장, 김병철 전 신한금투 사장은 주의적 경고가 내려졌다. 이번 징계 대상 중 유일한 현직 CEO인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가 확정됐다. 다음 달 임기가 끝나는 박 사장은 연임은 물론이고 3년간 금융회사 임원에 오를 수 없게 된다.

금감원 제재심의위는 올해 초 벌어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와 같이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중징계를 결정했다. 내부통제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책임이 회사의 실질적 결정권자(행위자)인 CEO에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증권사들은 내부통제 미비로 CEO를 징계할 수 있는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제재 근거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로 증권사에 대한 이번 제재를 결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지만, 앞서 DLF 건으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CEO에게 중징계를 내린 선례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제재는 이달 중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와 다음 달 초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은 증권사 제재에 이어 연내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도 착수할 예정이다. 라임 펀드 판매 규모나 은행이 금융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은행권에 대한 금감원 제재는 증권사보다 더 큰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제재 대상 은행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7곳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판매 규모가 각각 3577억 원, 2769억 원으로 가장 많다. 개인 제재 대상은 확정되진 않았다. 2018∼2019년에 라임 펀드가 집중적으로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현 흥국생명 부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이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재 근거에 대한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상황에서 현직 은행 CEO들에게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라도 내려지면 금감원 제재에 불복하는 줄소송까지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는 후임 CEO 인선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의 폭발력이 있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강유현 기자
#라임펀드 사태#금융권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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