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스닥 5% 폭락에 놀란 ‘서학개미’…폭락 전조냐, 저가매수 기회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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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폭락하면서 최근 해외주식 직접투자 비중을 크게 늘려온 한국 투자자들인 ‘서학(西學)개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 증시 폭락이 글로벌 증시 전반의 패닉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양새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난 국내 해외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의 충격에 직접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미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수개월 동안 가파르게 오르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주식이 크게 하락했다. 애플은 8%, 테슬라는 9% 각각 폭락했다. 애플은 이날 하루 동안 1799억 달러(약 214조 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갔다.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다. 페이스북(―3.8%) 아마존(―4.6%), 구글 모회사 알파벳(―5.12%)의 주가도 크게 내렸다. 이 결과 나스닥 지수도 4.96% 내렸다. 지난 6월11일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2.8% 떨어졌다. 대형주 위주인 S&P500 지수도 3.5% 하락했다.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 대형 기술주들이 코로나19 수혜주로 각광받으며 가파른 주가 상승흐름을 보인만큼 조정이 올 수 있는 시점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BC방송은 “이번 테크주 주도의 매도세는 건전한 조정”이라며 “과도한 투기 거품을 날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조정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다. 경제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지난주(8월 23¤29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88만1000건으로 가장 정점이었던 3월(687만 명)보다는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4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공급관리자협회(ISM)의 8월 미국의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6.9로, 전월(58.1)보다 떨어졌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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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미국 증시 투자를 크게 늘려온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3일 저녁 주식관련 커뮤니티 등에서는 미국 증시가 추락하자 “우려했던 폭락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며 의견을 묻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손실이 더 커지기 전에 테슬라 등 주식을 매도한다는 투자자들의 있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번 하락세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추가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미 증시 급락의 영향이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대체로 많았다.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하거나 금리가 오르는 등 통상 증시 급락과 맞물리는 배경 요인이 없다는 것이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가격부담 이외의 조정 요인은 불분명하다”며 “차익실현 욕구와 시스템 거래가 맞물리며 매도 압력이 강화된 단기 이벤트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의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65포인트(1.15%) 떨어진 2,368.25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각각 4703억 원, 7817억 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했다. 반면 개인들은 1조 2864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증시 추가 하락을 방어했다. 이날 일본, 중국, 홍콩 증시도 각각 1% 안팎의 하락 흐름을 보였다. 전날 유럽증시에선 영국, 독일 증시가 각각 1.5%, 1.4%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해외주식 비중을 높인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 폭락장에서 리스크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증시 특성 상 환율 변동도 추가로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시간 상황 대응력도 현지 투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하락장을 겪어보지 않은 신규 투자자들이 하락장이 이어질 때 공포심에 질려 비이성적인 손절매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금액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126억 달러(약 15조 원)이던 해외주식거래규모는 지난해까지 410억 달러 수준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이달 2일까지 거래규모가 1105억 달러(131조 원)로 불어났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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