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발 ‘언택트 시대’…보험사들 생존전략 다시 짠다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일 06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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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봄비가 내린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2020.3.27 © News1
밤사이 봄비가 내린 가운데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2020.3.27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보험사들이 생존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대면영업 비중이 높았던 만큼 코로나19발 타격이 불가피하고 언택트 시대 대응이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기민한 보험사들은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 중이다.

◇다양한 방식의 ‘언택트’…‘디지털 전환’부터 고객 접점 확보까지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임직원에게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과거의 소비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런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해 디지털 경제로의 급속한 전환을 이끌 것”이라며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영업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 코로나가 바꿀 새로운 세상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언택트는 ‘콘택트(접촉하다)’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말로, 대면 등 접촉 없이 물건을 구매하는 등의 새로운 소비 경향을 말한다.

생명보험은 상품구조가 복잡해 대면 영업이 주를 이룬다. 보험설계사가 잠재 고객에게 위험을 환기시키고 복잡한 보험 상품을 설명하며 해결책을 제시하는 영업 방식이다.

교보생명은 2023년까지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 가능한 건강·금융·생활 등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구축해 언택트 시대에 이같은 생보사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교보생명은 보험상품에 가입한 고객의 건강·노후관리 등을 지원하는 8가지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발굴한 사업 모델을 추가로 탑재하며 플랫폼 구축에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지난 3월 국내 최초로 단순사고에 대해선 보상직원이 고화질 영상을 통해 곧바로 상담, 안내하는 서비스를 내놨다. 단순사고가 발생하면 고객은 보상직원을 기다리지 않고 핸드폰 카메라를 켜면 된다. 이 서비스는 출시 후 하루 60~70건 이용되는데, 전체 사고 접수 건수의 5~6% 수준이다. DB손보 관계자는 “신속한 사고처리가 가능해 만족도가 높다”며 “언택트 시대 적합한 서비스여서 앞으로 비중을 1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언택트’ 세미나로 고객과의 접점을 늘린 보험사도 있다. 삼성생명은 코로나19 공포감이 여전했던 지난 3월11일 우수 고객을 위한 2020 개정세법 세미나를 열었다. 고객들은 호텔 콘퍼런스룸이 아닌 손안의 휴대폰으로 세미나에 참석했다. 삼성생명은 코로나19로 대면 영업이 축소되자 개인방송 형식을 빌린 세미나로 고객과의 새로운 소통 창구를 만든 것이다.

◇코로나19 때 ‘언택트’ 했더니 실적 나와

언택트 시대 대응은 보험사의 당면 과제다. 국제적 교류가 활발하면 할수록 감염병 창궐은 더욱 잦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 2000년 출생한 세대)가 보험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할 예정이다. 보험에 대한 다변화된 니즈도 기존의 대면영업 방식으론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언택트 시대에 빠르게 대응한 삼성화재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1분기 암·어린이보험 등 장기인보험 계약을 68만건 체결했다. 이는 전년동기(59만건) 대비 27.3% 증가한 성과다. 손보업계에서 유일하게 24시간 컨설팅부터 보험 가입까지 가능한 디지털영업시스템을 갖춘 결과였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8월 시스템 구축 이후 3월 기준 전체 인보험 실적의 8.8%(10억7000만원)가 주중 저녁과 주말, 그중 38.4%는 주말에 이뤄졌다고 밝혔다.

언택트 시대에 최적화된 디지털 손해보험사의 출현 역시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첫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이 출자해 출범했다.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의 합작사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가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예고한 상태다.

디지털 손보 시장을 만들고 있는 캐롯손보는 ‘언택트’ 강화를 위한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AI(인공지능) 영상인식 기술을 활용해 비대면 가입이 가능한 ‘캐롯 폰케어 액정안심보험’이다. 이 상품은 매장 방문 없이 고객이 가입하고자 하는 휴대폰의 시리얼 넘버와 외관을 동영상으로 업로드하면, AI가 자동으로 영상을 스캐닝하고 파손 여부를 확인해 보험 가입 프로세스를 진행한다.

AI 영상인식 기술은 고려대 기계지능연구실 석흥일 교수팀과의 산학 협력 ‘스마트폰 결함 검출 기술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됐다. 기존 휴대폰 보험은 파손된 휴대폰의 보험 가입 등의 우려로 새 휴대폰에 한해 통신사 대리점 등을 통해 대면으로만 할 수 있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언택트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있다”며 “고객들의 새로운 보장 욕구에 발맞춰 나갈 수 있는 디지털 손보사는 언택트 시대 보험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의 생활이 달라졌기 때문에 보험 역시 달라져야 생존할 수 있다”며 “보험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든, 마케팅 전략이든 과거보다 IT 기술 활용이 활발해질 것이고 IT 기술 활용에 투자한 보험사가 앞으로의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생명보험 영업의 경우 당장 오프라인으로의 전환은 어려울 것이고, 대면 횟수를 줄이는 대신 영상통화 등을 통한 언택트 방식 활용으로 효율성을 높이는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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