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줄 알았는데… 해외부동산 상품 수익 ‘빨간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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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한때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던 해외부동산 투자 상품에 대한 손실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실물경제가 침체되며 부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부동산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팔았고, 연기금들도 관련 투자 규모를 늘려온 터라 충격이 계속될 경우 손실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글로벌 셧다운’에 위기 맞은 해외부동산


16일 금융투자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점들의 영업 중단 및 매장 폐쇄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임대 및 개발, 매각 차익 등 수익을 내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호텔, 숙박, 관광업계에 투자한 리츠다. 미국 대형 호텔·리조트 리츠인 ‘파크 호텔&리조트’의 주가는 15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연초에 비해 68.71%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호텔 리츠 13곳과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매리엇인터내셔널이 수익과 유동성 악화로 배당을 중단하거나 향후 배당금을 삭감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상가 등 리테일 업계에서도 미국 최대 리테일 리츠인 ‘사이먼 프로퍼티 그룹’이 지난달 18일부터 프리미엄 아웃렛과 쇼핑몰 등 미국 내 209개 전 매장의 영업을 중단했다. 가계수익 악화로 ‘임차료 납부 거부 운동(rent strikes)’마저 확산되면서, 향후 임대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증권사·연기금 수익도 불투명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둔 국내 부동산 펀드들의 수익률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리츠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Japan Property부동산투자신탁’은 이달 10일 기준으로 연초 대비 수익률이 ―28.89%에 그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MSCIUS리츠 부동산상장지수투자신탁(파생형)’도 연초 대비 23.0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4.45%)보다 손실폭이 크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증권사들과 연기금들은 해외부동산 관련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의 변동성 속에 해외부동산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해외부동산 투자 펀드 설정액은 3월 말 현재 57조1507억 원으로, 2015년 말(13조498억 원)에 비해 4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민연금의 해외부동산 관련 대체투자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23조7000억 원으로 5년 전(12조2000억 원)의 배로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해외부동산 악재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해외부동산에 묶인 돈 때문에 기관들의 자금 경색이 발생하거나, 펀드 환매 연기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국에서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 등을 미리 들여다보고, 환매 지연 등을 둘러싼 이슈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자현 zion37@donga.com·장윤정 기자
#코로나19#경기 침체#해외부동산 투자#손실 위험#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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