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올해 경제성장률 1%대 가능성…2020년은 2.3%”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9일 20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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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경제성장률은 2% 내외로 예상된다”고 29일 밝혔다. 한은이 공식적으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수정 제시했지만 이 총재가 이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 안팎에서 2% 내외는 통상 1.9~2.1%로 해석된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이후 한 번도 없었다.

한은이 이날 공식 경제 전망을 통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7월 전망보다 0.2%포인트 낮아진 2.0%다. 한은은 올해에만 성장률 전망을 네 차례 하향 조정(2.6%→2.5%→2.2%→2.0%)했다. 이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수출과 투자 회복이 지연됐고, 국내 소비 증가세가 둔화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국내 경제 전 분야가 모두 부진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경제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2%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4분기(10~12월) 성장률이 0.97% 이상 돼야 한다. 분기별 잠재성장률(0.6% 안팎)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수치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경기 흐름도 회복세와는 거리가 있다. 이날 발표된 통계청의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 소비, 설비투자 등 3대 산업지표가 2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동반 하락했다. 산업생산은 자동차, 전자부품 등의 감소 여파로 전달보다 0.4% 줄었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도 각각 0.5%, 0.8%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11개월 연속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세가 당초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어 11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한은은 2% 성장률 달성을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집행 실적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민간 분야의 활력이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은 정부 재정에 의존한 성장률 떠받치기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환석 한은 조사국장은 “정부 재정집행 실적이 전망보다 못하다면 2%대 성장에 대해 하방 위험(리스크)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직전보다 0.2%포인트 낮춘 2.3%로 추정했다. 2021년 성장률은 2.4%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덧붙였다. 내년에도 상반기에 경기가 부진하다 하반기에 살아나는 ‘상저하고’를 기대하고 있지만 자신할 수 없는 셈이다.
한편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0.7%에서 0.4%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부터는 다시 1%대 물가상승률을 회복해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연 1.25%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만 두 차례 금리를 낮춘 만큼 일단 ‘숨고르기’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있어 내년 중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0%대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
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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