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최초 BMW 내부 디자이너 “인테리어 설계는 게임”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3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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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인테리어 디자이너, '뉴 3시리즈 행사' 참석
본사 컴퍼티션 3차례 우승...다수의 프로젝트 리드
"해외도 볼 줄 알아야...다양한 경험 위한 마인드 필요"

“자동차 외관 디자인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본다면 내부는 작은 부품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하나의 큰 제품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것이 더 게임 같아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아내고 보완을 하는 게 재밌거든요.”

최근 출시된 BMW ‘뉴 3시리즈’의 인테리어 디자인은 BMW그룹 본사 동양인 최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는 김누리 디자이너의 주도 아래 완성됐다. 지난 10일 경기 양평에서 진행된 ‘뉴 3시리즈 미디어 시승 행사’에 참석한 김누리 디자이너(35)를 만났다.

김누리 디자이너는 2011년 BMW그룹 본사에서 인턴십을 수료하고 2012년부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국민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학을 전공한 뒤 독일 HS-포르츠하임(Pforzheim) 대학원에서 운송기기 디자인을 공부했다.

2012년 ‘7 시리즈’ 인테리어 디자인 참여를 시작으로 2013년 ‘M5’ 인테리어 디자인 과정 등을 통해 경험을 쌓았으며, 같은 해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의 컴퍼티션(Competition)에서 우승하며 다수의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리드했다.

2013년에는 ‘M4 GTS 인테리어 디자인 컴퍼티션’ 우승으로 내부 디자인 전체 프로젝트를 주도했고, 2014년에는 ‘3 시리즈 풀 라인업 인테리어 디자인 컴퍼티션’, 2017년에는 ‘M 모델 카본 소재 시트 디자인 컴퍼티션’에서 우승하며 전체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컴퍼티션 토너먼트는 치열한 과정을 거쳐 진행됐다. 본사 뿐만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국 상하이 등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참가한 30여명이 함께 디자인 경쟁을 펼치며 최종적으로 1명이 선발된다.

“처음에는 스케치 형태로 자기가 원하는 방향에 대한 디자인을 보여주면 그 중 4명이 선발 됩니다. 그 후 디지털 모델링과 컴퓨터로 만드는 자동차 디자인 등을 보여주고 마지막에는 찰흙과 비슷한 재료로 실제 크기의 차를 만듭니다. 마지막 단계의 특징은 단순히 디자인 요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함께 참여하며 실제로 해당 디자인을 양산 모델로 제작할 수 있을지 기능적인 측면도 고려합니다.”

김누리 디자이너는 이와 같은 경쟁 과정에서 BMW의 DNA는 유지하되 새롭게 보여질 수 있는 특징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자신이 제시한 디자인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BMW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디자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도 배워야 했다.

“자동차 디자이너는 단순히 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을 베이스로 하는 디자인을 만들 줄 알아야 합니다. 자동차의 기본적인 구조를 알아야 더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비 학교를 통해 약 6개월 간 기술적인 부분을 공부했습니다.”

김누리 디자이너의 원래 꿈은 나사(NASA)에 들어가 우주선 디자인을 하는 것이었다. 예중·예고를 다니며 디자인 뿐만 아니라 순수미술, 시각 디자인, 조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2004년 영화 회사를 다니면서 문득 든 생각이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운송수단을 만들어보고 싶다’ 였어요. 그래서 대학원에 가서 자동차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그렇다고 우주선 디자이너 꿈을 포기한 건 아닙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우주선 분야에서도 단순 기술이 아니라 미적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 디자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누리 디자이너는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가장 강조한 내용은 국내에서만 머무르지 말고 시각을 넓혀 해외에서도 기회를 찾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도 좋은 회사가 많지만 독일 등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숫자가 한정 돼 있어 디자이너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외국에도 좋은 회사와 기회가 많은 만큼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겠다는 열린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자기한테 맞는 회사와 타이밍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평=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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