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디오-송전선 부품 외길 반세기… 국가대표 강소기업 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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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제3회 ‘명문장수기업’… 남성-세명전기공업 선정

중소벤처기업부는 ‘제3회 명문장수기업’으로 카오디오 제조기업 남성(공동대표이사 윤봉수 윤성호)과 송·배전선 부품 제조기업 세명전기공업(대표이사 권철현)이 선정됐다고 4일 밝혔다. 2016년 명문장수기업 확인제도를 도입한 중기부는 이번 선정을 포함해 총 12개 기업을 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했다. 오랫동안 건실하게 기업을 운영해 일자리를 만들어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했고,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 주로 선정된다.

“회사 시작한 지 이제 50년 조금 넘었습니다. 100년 기업이 되는 게 앞으로 목표입니다.”

자동차 오디오 제조 및 수출업체 남성은 1965년 서울 구로구 구로공단의 작은 사무실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금성사가 진공관식 라디오를 처음 생산(1959년)하고 해외 수출(1962년)까지 하며 전자산업의 첫발을 떼던 시기였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윤봉수 대표이사(85)는 당시 이 뉴스를 보면서 작은 나라에서도 기술만 있으면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황해도가 고향인 윤 대표는 남녘땅에서 기술이 번성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회사 이름을 ‘남성(南盛)’이라고 지었다.

창업 후 54년이 지난 지금까지 윤 대표는 같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아들인 윤성호 대표이사(57)도 회사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 등에 카오디오 제품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아 온 남성은 2003년부터 ‘듀얼(DUAL)’이란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며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지금은 카오디오를 비롯해 스피커 앰프,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 등 주력 제품을 미국 월마트와 아마존에 ‘듀얼’이란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다. 남성은 설립 첫해 국내 최초로 ‘AM/FM 실리콘 TR 라디오’를 독일로 수출했다. 지금은 전체 매출액의 95%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연구개발 인력이 전 직원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기술혁신을 통한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2017년 기준으로 직원 72명이 78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남성 관계자는 “2010년부터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에 참여하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새로운 사업인 전장사업과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어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명문장수기업인 세명전기공업은 송·배전선 부품을 만드는 금속가공업체다. 창업자인 권재기 회장(88)은 1962년 부산 서구 토성동에서 창업한 후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회사를 경영해 오고 있다. 권 회장은 1969년 154kV 송전선에 들어가는 금구류(전선을 지지물에 매다는 데 쓰는 금속제 부속품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후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금구류의 국산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1992년 아들인 권철현 대표이사(51)에게 경영권을 물려준 이후에도 권 회장은 매일 회사에 출근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매출액은 208억 원, 직원은 79명이다.

세명전기공업 관계자는 “인화단결, 책임완수, 창의발전이라는 세 가지 사훈을 바탕으로 기술개발과 수출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명전기공업은 1985년 서륭장학재단을 설립한 후 매년 불우한 청소년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카오디오#송전선#중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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