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유럽경제 중심 독일에 거는 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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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지난 1년 사이 미국 달러화 가치는 비싸졌고 세계 주요 증시는 하락했다. 기업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투자를 늘리기보다 현금을 보유하는 쪽을 선택한 게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이 미래를 어둡게 본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유럽이다. 유럽 경제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로 중국(16%)보다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과 2018년 유럽연합(EU)의 경제 성장률은 2.7%에서 2.2%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중국의 성장률은 6.9%에서 6.6%로 하락했다. 미중 간 무역 분쟁과 중국의 부채 문제,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 같은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로 전 세계 성장률을 더 많이 갉아먹은 건 유럽이다.

그렇다면 올해 유럽 경제는 개선될까? 사실 유럽 경제는 답답한 면이 많다. EU 안에서도 유로화를 쓰는 19개 회원국은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펴지 못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결정에 따른다. 그러다 보니 의사 결정이 늦고 복잡한 데다 ECB 결정이 개별 국가의 실정에 잘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유럽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있다. 지난해 유럽 경제의 중심인 독일의 성장 둔화가 눈에 띄었는데 이는 일시적 요인들 때문이었다. 2017년 이후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로 디젤자동차 판매가 2년 연속 10%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여름과 가을 가뭄으로 라인강 수심이 낮아졌다. 이에 내륙 수운에 의존하던 화학 분야에서 물건 운송에 어려움을 겪었고 육로를 이용하다 보니 운임비가 대폭 올랐다. 제약 분야는 특정 업체의 수출이 급감한 여파가 있었다. 그 결과 독일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기계, 화학, 제약 산업이 한꺼번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영향이 유럽 전체에 미쳤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이슈가 계속되는 자동차산업에선 독일이 단번에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워낙 감소 폭이 컸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 화물 운송을 어렵게 한 가뭄도 올해 1월 들어 해소되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여기에 독일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전년 대비 0.4%포인트 늘리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극도로 경계하는 독일은 남유럽 국가들과 달리 정부 재정 운용이 매우 긴축적인 나라다. 너무 긴축을 해서 문제로 지적되곤 한다. 그런 독일이 지출을 늘린다는 계획에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독일의 회복이 본격화되면 유럽 경제의 불황이 조금씩이나마 해소되고 이는 세계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
#유럽 경제#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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