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저금리 ‘외투’… 가계빚 겨울 시작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1년만에 기준금리 1.5→1.75% 인상… 돈줄죄기 본격화
年이자 부담 2조5000억 늘어날듯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자가 올라 돈을 빌려 부동산과 주식을 사는 것이 어려워지고 변동금리 조건으로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의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됐다.

이번 금리 인상은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짐에 따라 투자금이 한국을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고육책이지만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국면에 돈줄을 죄는 ‘엇박자’ 통화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다. 지난해 11월 30일 6년 5개월 만에 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리며 초저금리 시대의 종언을 알린 지 1년 만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린 것은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고 부동산에 돈이 쏠리는 금융 불균형을 더는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가계대출은 9월 말 현재 1500조 원을 넘어섰고 개인의 빚은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도 한은을 압박한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정책금리를 0.25%포인트씩 3번 올렸고 이달 추가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소비 등 일부 지표가 개선 조짐을 보였던 상반기에는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 경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제야 금리를 올려 소비와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통화정책의 타이밍을 놓쳤다는 것이다.

기준금리에 이어 대출금리가 따라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조5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150만 명에 이르는 취약차주와 3000여 개의 한계기업은 빚을 제때 갚지 못해 부도 위험에 몰릴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금융 불균형 확대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는 게 사실이지만 우리 경제가 소폭 인상은 감내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저금리#가계빚#금리인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