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 6년만에 웅진품에… 윤석금 “재기선례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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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22% 1조6850억에 인수
법정관리때 경영권 넘겨줘… 2016년 빚 98% 갚은후 재인수 노력
윤회장 “잘할 수 있는 렌털사업 전념”

“실패한 기업인도 재기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29일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웅진그룹의 기자간담회에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73·사진)은 내내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 ‘숙원 사업’이었던 가전 렌털 기업 코웨이에 대한 인수합병(M&A)을 발표했다. 그룹의 경영 위기로 2013년 1월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판 지 5년 9개월 만의 일이다. 웅진씽크빅은 경영권을 포함해 MBK파트너스가 가지고 있던 지분 1635만 주(22.17%)를 약 1조6850억 원에 사들였다. 웅진씽크빅의 경영권은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가지고 있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는 말로 간담회를 시작했다.

윤 회장은 1971년 한국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외판 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1년 만에 이 회사의 54개국 영업사원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이후 1989년 한국코웨이(현 코웨이)를 설립해 1998년 외환위기 직후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시작했다. 그는 코웨이를 직접 경영하며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워냈다.

하지만 극동건설 인수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웅진그룹은 2012년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듬해 MBK파트너스에 코웨이 지분 30.9%(약 1조2000억 원)와 경영권을 넘겼다. 2016년에 기존 채무 98%를 변제한 웅진그룹은 이후 MBK파트너스 측에 지속적으로 코웨이 인수를 요청해 왔다.

윤 회장은 간담회에서 “그동안 전공이 아닌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이제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M&A 과정에서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과정을 보고받으며 사실상 협상을 지휘했다.

이번 지분 매집에 들어간 대금 중 9000억 원은 웅진씽크빅(4000억 원)과 투자전문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5000억 원)가 분담할 예정이다. 나머지 자금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경영권은 웅진씽크빅이 갖는다. 웅진 관계자는 “코웨이에 대한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웅진에너지 등 계열사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금융 자금 상환에 대해선 “렌털 시장 성장률이 연간 10%를 넘기 때문에 코웨이가 연간 7∼8%가량 성장하면 충분히 상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웨이의 올해 2분기(4∼6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8% 성장한 6781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93억 원으로 7.2% 올랐다.

코웨이 인수로 웅진그룹은 자산 총액이 2조 원 늘어나 4조5000억 원 규모가 됐다. 2만 명에 달하는 코웨이의 방문판매 사원이 합류하며 그룹 전체의 방문판매 사원 수는 총 3만3000명이 됐다. 웅진 측은 물류와 마케팅 부문에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웅진 측은 앞으로 코웨이를 핵심 사업인 렌털 서비스 위주로 끌고 나갈 방침이다. 이해선 코웨이 대표 등 현 경영진에 대한 고용 승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인수 예정일은 내년 3월 15일이다.

윤 회장은 숙원 사업의 결실을 봤지만 주식시장에선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웅진씽크빅과 코웨이 주가가 하락했다. 코웨이는 전날보다 2만900원(24.91%) 하락한 6만3000원에 마감했다. 웅진씽크빅은 6.09% 떨어진 4085원으로 마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코웨이#웅진#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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