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종이에 그려 만드는 배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이상영 UNIST 교수팀 개발
공기와 만난 금속의 산화현상 이용
전지원리 교육용 키트로 활용 가능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 발광다이오드(LED)를 밝히는 배터리가 개발됐다.

이상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팀은 연필심을 전지의 양극으로 사용하는 아연-공기 배터리를 개발했다. 연필심을 재료로 쓰는 것이 아니다.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리면 배터리가 만들어진다.

연구팀이 개발한 아연-공기 배터리와 같은 금속-공기 배터리는 공기와 닿아야 작동한다. 금속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산화되는 현상을 이용한다. 외부 공기와 접촉하지 않도록 용기로 완전히 밀폐하는 일반 배터리와 달리 금속-공기 배터리는 사용 전에는 밀폐했다가 사용할 때 용기를 뜯어 공기와 접촉시킨다.

연구팀은 종이에 수∼수십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구멍이 있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었다. 종이에 있는 미세 구멍으로 공기가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금속-공기 배터리를 만들 수 있었다. 탄소가 많은 연필을 양극 재료로 선택했다. 여기에 아연을 재료로 음극 물질을 잉크 형태로 개발해 종이 위에 펜처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펜으로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고도 신기하다. 종이에 전기 회로를 그릴 때 이용하는 전도성 펜으로 그린 그림 위에 연필로 양극을, 아연 잉크로 음극을 그리고 전해질 잉크를 바르면 전압 1.2V 배터리가 만들어진다.

배터리 재료가 잉크 타입이라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그림에 응용하면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형태만 그림일 뿐 일반 배터리와 동일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교육용 키트로도 개발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이 배터리를 이용하면 어린이들이 직렬과 병렬 같은 전지의 기본 원리를 쉽고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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