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외국인 “병원진료 긴장감, 서울 투어로 확 풀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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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시범사업 동행 르포

“한약재 향주머니 만들었어요” 15일 러시아 등에서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들이 서울 강남구 
강남메디컬투어센터에서 한약재를 이용한 향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내년 
3월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한약재 향주머니 만들었어요” 15일 러시아 등에서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들이 서울 강남구 강남메디컬투어센터에서 한약재를 이용한 향주머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의료관광 프로그램을 내년 3월부터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러시아에서 온 나타샤 코브리야노바 씨(39·여)는 어머니의 항암치료와 자신의 건강검진을 위해 최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9번이나 한국을 찾아 낯설진 않았지만 이번에는 색다른 체험에 도전했다. 외국인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의료관광 투어’에 참여한 것이다. 서울 시내 관광지를 돌아보고 전통 한방체험을 한 코브리야노바 씨는 “병실에서만 지내느라 답답했는데 서울의 진짜 모습을 구경하니 정말 좋다”며 웃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등은 올해 7월부터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의료관광 투어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저가(低價) 관광상품, 중국인 여행객에게 의존하는 기존 모습에서 탈피해 국내 관광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좋아 내년 3월부터는 공식 의료관광 상품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일반관광의 지출 9배인 고부가가치 산업

15일 오전, 의료관광 투어 참가자 8명이 강남세브란스병원 앞에 모였다. 모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치료나 건강검진을 위해 한국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500m 높이의 빌딩 전망대인 ‘서울스카이’에서 한강과 잠실종합운동장을 바라보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점심에는 불고기와 된장찌개를 먹었다. 식사하는 내내 요리의 재료가 무엇인지 등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식사 후 이들은 한국의 의료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강남메디컬투어센터를 방문했다. 체질에 맞는 한방차를 마신 뒤 한방 약재를 넣어 향주머니를 만들었다. 코브리야노바 씨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먼 여행을 와서 마음 한구석이 늘 우울했는데, 이번 여행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의료관광은 관광객의 체류 기간이 길고 씀씀이도 커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꼽힌다. 의료관광객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1인당 평균 금액은 8821달러(약 969만 원)로 일반 관광객(991달러)의 약 9배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외국인 환자의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36만 원으로 내국인의 1.7배를 웃돈다.

정부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외국인 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 9곳을 대상으로 시범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 위치와 환자 특성에 따라 서울스카이 전망대, 남산의 N서울타워, 인사동, 청계천 등 4개 관광 코스를 운영한다. 이달 8일까지 참가한 외국인 환자와 동반자가 36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3%는 의료관광 콘텐츠에 만족했다고 답했다. 체험 전에는 한국을 관광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23%였지만, 체험 후 관광지로서의 한국을 잘 알게 됐다는 답변이 94%에 달했다. 또 응답자의 97%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관광에 더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 의료계와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숙제

세계 의료관광 시장은 2019년까지 330억 달러(약 38조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도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의료관광객은 36만4189명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 진료 수익도 86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8.6% 늘었다. 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는 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분석이다.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다양한 콘텐츠 발굴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관광 선진국으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관광공사와 경제개발청 등이 공동으로 의료관광 국가브랜드를 개발해 지원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의료기관에 조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이인숙 한국관광공사 의료웰니스 차장은 “단순한 관광지 투어를 벗어나 환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한 수준 높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료관광 활성화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란을 진전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2012년 정부안으로 제출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해 국회에 줄곧 계류돼 있다가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지난해 5월 폐기됐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의료관광#문체부#시범사업#서울 투어#병원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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