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제자리걸음… 기업이익은 역대 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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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일반법인 당기순익 116조… 전년보다 20% 늘어 최고치 경신
작년 月명목가구소득은 0.6%↑ 그쳐… 물가상승 고려땐 실질소득 0.4% 감소
“소득 불균형 심화 우려” 목소리

가계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과 가계 간 소득 증가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국세청의 ‘국세통계 조기공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금융사를 제외한 국내 일반법인의 당기순이익은 116조621억 원으로 2015년(96조3494억 원)보다 20.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일반 법인의 순이익 규모는 200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많았다. 기존 연간 순이익 최고치 기록(2011년 110조9103억 원)을 5조 원 이상 넘어섰다.

기업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 비용도 함께 늘었다. 기업들이 납부해야 하는 법인세(금융업 제외)는 지난해 40조7307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 세수(稅收) 역시 52조1000억 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순이익 급증은 경기 상승에 따른 영업 호조보다 비용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6년 일반법인의 매출액은 약 375조 원으로 전년(약 377조 원)보다 2조 원가량 줄었다. 신고 법인 수는 같은 기간 56만8600곳에서 61만8300곳으로 오히려 늘었다. 법인 하나당 매출액은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반면 매출원가는 약 299조 원에서 291조 원으로 낮아졌다. 매출원가는 절감할수록 이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줄어든 만큼 고스란히 기업의 순이익이 된다. 국세청은 △저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 감소 △유가(油價) 안정 등을 기업 매출원가 절감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의 실적이 지난해 최고치를 나타내면서 전체 법인 실적이 덩달아 개선되는 ‘착시효과’가 섞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경영학)는 “국내에서는 2000여 개 기업이 전체 법인 이익의 70% 이상을 내고 있다”며 “전체 기업의 당기순이익이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모든 법인의 이익 상승으로 보면 통계상 오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다.

급증하는 법인 이익과 반대로 개인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가계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걷거나 실질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다. 통계청과 국회입법조사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월평균 명목가구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오르는 데 그쳤다.

명목소득은 소폭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법인 이익이 20% 늘어난 지난해 가계 실질소득은 2015년 대비 0.4%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국내 가계 실질소득은 올 2분기(4∼6월)에도 전년 대비 1% 줄어들며 2015년 4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장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세종=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가계소득#기업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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