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 시끄러운 공항서 거뜬히 작동… 마트-병원 등 도입될 날 머지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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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안내-청소로봇 개발한
LG전자 김형록-손병곤 연구원

공항안내로봇을 개발한 김형록 LG전자 책임연구원(왼쪽)과 공항청소로봇을 만든 손병곤 선임연구원. 두 로봇에는 LG전자가 그동안 연구해 축적한 자연어 처리와 자율주행, 매핑, 센서 등의 기술이 모두 투입됐다. LG전자 제공
공항안내로봇을 개발한 김형록 LG전자 책임연구원(왼쪽)과 공항청소로봇을 만든 손병곤 선임연구원. 두 로봇에는 LG전자가 그동안 연구해 축적한 자연어 처리와 자율주행, 매핑, 센서 등의 기술이 모두 투입됐다. LG전자 제공
“우와, 엄마. 이것 봐! 로봇이 움직여! 얘한테 말 시키면 대답도 하는 거야?”

인천국제공항 방문객들의 시선이 흰색 동그란 모양의 기계에 쏠렸다. LG전자에서 지난달부터 인천공항에서 시범운영하고 있는 청소로봇과 안내로봇 ‘에어스타’가 그 주인공이다. 빗자루 모양의 솔과 대형 먼지통을 장착한 청소로봇은 스스로 만든 경로대로 움직이며 공항 곳곳 바닥을 쓸었다. 그 옆에 선 안내로봇은 “안녕하세요, 에어스타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 로봇을 바쁘게 눈으로 좇는 두 명의 연구원이 있다. 공항로봇 개발의 전 과정을 책임진 LG전자의 안내로봇 프로젝트리더(PL) 김형록 책임연구원과 청소로봇 PL 손병곤 선임연구원이다. 로봇 개발의 뒷얘기를 지난달 22일 인천공항에서 만나 들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협약을 맺고 공항로봇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 로봇은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으로 인력 확보 및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분야다. 그러나 공항에서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청소로봇이 움직이려면 주변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는 매핑 기술이 핵심이다. 하지만 공항은 천장이 높고 공간이 넓어 일반 빌딩에 비해 매핑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두 사람은 인적이 없는 시간에 시험 운행하기 위해 일주일에 2, 3일은 밤 12시가 넘은 시간까지 공항에 머물러야 했다. 로봇 하단에 센서를 탑재해 매핑을 구현했고, 다음 달엔 로봇 양 옆에 비전슬램 카메라를 탑재하기로 했다. 비전슬램은 공항 상단과 측면을 촬영해 얻은 비전 정보를 가지고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도록 돕는 카메라다.

예상을 벗어난 이용객들의 질문도 난제였다. 처음엔 방문객들이 티켓을 끊으려 안내로봇에게 항공사 위치를 물을 거라 예상했다. 실제 현장의 질문은 예상과 달랐다. 항공사가 아닌 도착 국가 및 지역을 묻거나,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항공사는 어디에 있어?’라고 도시와 항공사를 합친 질문이 많았다. 김 연구원은 “구체적이거나 복합적인 질문도 제대로 알아듣고 답변까지 하도록 자연어 처리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항로봇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다른 장소로 진출하기도 손쉬워진다. 공항은 통유리로 된 벽과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 주변 소음 등으로 인해 센서 오작동 및 음성을 잘못 인식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로봇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런 곳에 적응하면 다른 곳에선 쉬워진다. LG전자에는 최근 대형마트, 도서관, 병원 등 다양한 고객사에서 로봇 도입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공항에 특화된 지도를 만들고, 고유명사를 이해시키는 데 1년여의 개발 기간이 필요했다. 이를 어떻게 플랫폼화해 각 고객사의 정보시스템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느냐가 현재 주요 개발 포인트”라고 말했다.

생각지 못한 분야에 공항로봇을 활용해 보자는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 손 연구원은 “청소로봇은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됐기 때문에 이 로봇에 보안솔루션을 함께 적용해 화재, 테러 등 위험 상황을 감지하는 기능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lg전자#김형록#손병곤#공항안내로봇#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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