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핵심은 새로운 의미 창출… 기술에만 의존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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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디자인경영포럼]전문가들이 밝힌 ‘성공 디자인 경영’

디자인경영포럼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에린 조 파슨스 디자인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종신교수가 디자인의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디자인경영포럼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에린 조 파슨스 디자인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종신교수가 디자인의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산업부 우태희 2차관
산업부 우태희 2차관
“아이폰의 성공, 디자인 때문일까?”

에린 조 미국 파슨스디자인대 전략디자인경영학과 종신교수가 물었다. 27일 경기 성남시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동아일보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한 디자인경영포럼을 찾은 400여 참석자의 귀는 조 교수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아니다. 애플의 성공은 전략의 힘이다. 전략에 맞춰 디자인 유통 마케팅이 맞물려 들어간 것이다.”

조 교수는 이날 새로운 의미 부여를 통한 혁신적인 디자인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플의 성공 사례는 수차례 얘기돼 왔지만 이보다 더 좋은 케이스를 찾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아이폰의 성공은 아이팟이 구현한 생태계가 없었다면 아무리 외관이 아름다워도 달성할 수 없었다. MP3는 원래 있는 기기였지만 애플은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너를 표현해라(express yourself).’

조 교수는 “생태계를 구현하려면 초기에 많은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애플은 커뮤니케이션으로 ‘영(Young·젊은)’이 아닌 ‘쿨(Cool·멋진)’을 앞세웠다. 구매력이 없는 ‘영’보다 누구나 될 수 있고 되고 싶은 ‘쿨’을 앞세워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2007년 아이팟이 2억2000개쯤 팔렸을 때, 애플의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아이폰이 탄생했다.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자인

이날 디자인경영포럼을 관통하는 주제는 성장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모든 기업이 미래 성장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급진적 혁신(radical innovation)을 이룰 수 있다. 기술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다. 의미를 급격하게 바꿔버리면 소비자는 급진적이라고 인지한다”고 말했다. 커피머신을 아름답게 디자인하는 데서 벗어나 에스프레소 ‘캡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독창적인 기업이 된 네스프레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모바일 시대에는 디자인, 기술, 마케팅, 전략의 경계 없는 협업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승언 네이버 디자인센터장은 “서비스 출시 과정에서 각 부서의 역할이 뚜렷했던 PC 시절과 달리, 모바일 시대에는 부서 간 경계를 없애고 빠르게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지난해 말 론칭한 스트리밍 서비스 ‘브이 라이브(V Live)’는 디자이너들이 직접 한류스타의 팬클럽 회장까지 면담하며 준비해 내놓은 서비스다.

LG전자의 고급 브랜드 ‘LG 시그니처’ 탄생도 전략과 마케팅, 디자이너의 협업이 원동력이었다. 노창호 LG전자 디자인센터장은 LG 시그니처를 만들 때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가장 혁신된 기술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줄 것, 제품의 본질을 정제된 형식으로 표현할 것, 그리고 사용자가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 노 센터장은 “과거에는 제품 기획, 기술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이 다 따로 이뤄졌는데 LG 시그니처를 만들면서는 모든 부문 관계자가 모여 협업했다”고 소개했다.

○ 중소기업 혁신전략도 디자인

헨리 크리스티안스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부장이 ‘유럽의 관점으로 조명한 한국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헨리 크리스티안스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부장이 ‘유럽의 관점으로 조명한 한국에서의 디자인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두 번째 기조연설을 맡은 헨리 크리스티안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학부장은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너무 크다는 점을 들며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티안스 교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전체 제품 시판 과정을 커버하지 못한다. 주로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한다. 중기가 전체 완제품을 만드는 비중이 2%밖에 안 된다. 이걸 변화시켜야 하는데 여기에 디자인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물 전문 회사인 대한특수금속 변재욱 대표는 ‘완제품’, ‘브랜드’로 눈을 돌리기 위해 디자인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만들어도 그것은 고객사 제품의 일부분이다. 기술력을 활용한 소비재 완제품 시장에 진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한특수금속은 지난해 말 한국의 ‘르크루제’를 꿈꾸며 디자인스튜디오 BKID와 함께 주철 생활용품 브랜드 ‘MM’을 선보였다.

박상훈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비즈니스 전략으로서의 디자인 경영을 위해서는 각 부서를 통합한 디자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100대 대기업 중 디자인 역량을 보유한 임원이 있는 기업은 아직 10%에 불과하다. 디자이너와 디자인 조직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디자인경영포럼에는 글로벌 리더들의 디자인 철학도 소개됐다. 이케아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라는 철학 아래 개발, 디자인, 생산, 판매가 이뤄진다. 니콜라스 욘손 이케아코리아 마케팅 총괄은 “이케아는 외관, 기능, 질, 지속 가능성, 낮은 가격의 다섯 가지 요소를 모든 제품에 적용한다. 이 과정에서 혁신이 나온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출시해 화제를 모은 스팅어의 디자인 철학을 소개했다. 임승빈 기아차 기아감성디자인실장은 “처음부터 특정한 나이와 성별을 타깃으로 하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마음이 젊은 사람을 고객군으로 설정해 스팅어의 개성 넘치는 디자인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김재희·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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