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더블스타 24일부터 협상 재개…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막판 변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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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회장, 우선매수권 포기 이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면서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아직 변수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금호’ 브랜드의 상표권이다.

현재 상표권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 금호산업이 가지고 있다.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에 브랜드를 빌려 주고 대신 연 매출의 0.2%(약 60억 원)를 사용료로 받는다. 금호산업의 최대주주는 금호홀딩스고, 금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박 회장이다. 따라서 박 회장이 마음만 먹으면 더블스타가 금호 브랜드를 못 쓰도록 할 수 있다.

금호산업은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금호타이어가 향후 5년간 금호 브랜드를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이를 번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목적에는 한국 및 해외의 생산 공장뿐 아니라 금호타이어라는 브랜드도 포함돼 있다. 만약 1조 원가량을 들여 인수해 놓고 ‘금호타이어’가 아니라 ‘더블스타 타이어’로 팔아야 한다면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

걸림돌은 또 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방위산업체로 지정돼 있으며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에 F-16 전투기 타이어, T-50 고등훈련기 타이어, 군용트럭 타이어 등을 단독으로 공급하고 있다. 규모는 지난해 매출 기준 75억 원이다. 방산 분야를 매각할 때는 국방부령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도 외부 변수로 거론된다.

이미 유력 대선 후보들은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 “향토 기업 금호타이어의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라고 올렸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지난달 29일 “근시안적인 매각으로 기술 유출, 국부 유출, 근로자 해고 등 부작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쌍용차 사태 같은 잘못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라고 선거 캠프 논평을 통해 밝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입장에서는 매각을 강행하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채권단은 24일 더블스타와 남은 매각 절차를 재개할 예정이다.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향후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데 주어진 시간은 계약서 상 최장 5개월이다. 원칙적으로 3개월이지만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상황에 따라 각각 1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채권단이 기간 내 매각 절차를 끝내지 못하면 5개월 뒤인 9월 24, 25일경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이 부활한다. 이는 당초 채권단과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법정관리 돌입 당시 계약서에서 합의했던 부분이다.

만약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이 때문에 더블스타가 도중에 인수를 포기한다면 채권단은 처음부터 다시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이때 박 회장은 부활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표권을 빌미로 매각을 무마시킨다면 다음 매각에 참여할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고, 예상 가격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이것이 박 회장의 시나리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방산 부문은 정부의 허가가 나지 않으면 분리 매각하면 된다. 그리고 기업 매각은 정치 논리가 아니라 경제 논리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표권 문제는 절차적으로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 풀어야 할 문제지만 채권단 나름의 생각도 있다.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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