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은행 54년만에 행장 공백 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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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협 밥그릇싸움에 이견 못좁혀… 선출 또 불발… 現행장은 임기 끝나
당분간 대행체제로… 20일 다시 논의

Sh수협은행이 9차례 시도에도 결국 신임 행장을 뽑지 못했다. 54년 역사상 초유의 행장 공백 사태가 현실화됐다. 지난해 말 수협중앙회에서 분사된 수협은행은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밥그릇 싸움으로 독립 첫해부터 반쪽 신세가 됐다.

수협은행은 11일 오전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자 선정을 논의했다. 하지만 또다시 행추위원들 간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이원태 현 행장 임기(12일)까지 행장을 뽑지 못해 정만화 수협은행 비상임이사(수협중앙회 상무 겸직)가 당분간 행장대행 역할을 한다. 행추위는 20일 다시 회의를 열 계획이다. 행추위는 정부가 추천한 사외이사 3인, 중앙회 추천 2인으로 구성된다. 최종 후보자는 행추위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행추위는 지난달 8일 내부 출신 1명(강명석 수협은행 상임감사)과 외부 출신 3명 등 최종 후보 4명을 뽑아 면접까지 마쳤다. 하지만 정부와 수협중앙회 측의 의견이 맞서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틀 뒤 행추위는 차기 행장 재공모를 실시해 11명의 후보를 받았다. 이달 4일에는 이를 3명으로 추렸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튿날인 5일에도 재논의를 했지만 진전이 없었고 이달 10일에도 소득 없이 회의를 마쳤다. 현직 행장의 임기 마지막 날을 앞둔 11일이 경영 공백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지만, 성과는 없었다.

수협은행의 행장 선출이 난항을 겪는 이유는 1조7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와 대주주인 수협중앙회 간의 힘겨루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수협중앙회는 수협은행이 독립된 만큼 내부 출신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분사한 만큼 조직 혁신을 이끌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각자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결국 행장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두고 ‘파워 게임’을 벌이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은행장 선임 같은 민감한 이슈에 대해 정부가 결정을 미루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수협중앙회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신사업 추진이나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결정을 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성현 수협중앙회 노조위원장은 “행추위의 현명한 결정을 오랜 시간 기다렸는데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영공백에 따른 피해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행추위에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수협은행#정부#행장#공백#임기#대행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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