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과 팔아 年매출 7억… 할머니들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충남 백석올미마을 매실한과 대박

김금순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대표(가운데)와 송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지난해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 관광객을 포함한 8000명이 농촌체험활동을 위해 백석올미마을을 찾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김금순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대표(가운데)와 송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는 학생들. 지난해 베트남, 라오스 등 해외 관광객을 포함한 8000명이 농촌체험활동을 위해 백석올미마을을 찾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손주 사랑밖에 모르던 시골 할머니들이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충남 당진시 순성면의 백석올미마을 이야기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할머니 58명이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을 만든 건 2011년. 할머니들은 손주를 위해 집에서 직접 만들던 한과를 전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팔기 시작했다. 한과 이름은 ‘할머니들의 반란-손주사랑으로 만든 매실한과’라고 붙였다. 할머니들은 도시 젊은이들과 함께 한과와 초콜릿을 만드는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평균 연령 75세 할머니 사장님들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7억2000만 원. 할머니들 덕에 조용하던 마을은 어느새 한 해 8000명이 찾는 시끌벅적한 동네가 됐다.


 ‘할머니들의 반란’은 김금순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대표(66)가 이끌었다. 2008년 백석올미마을로 귀농한 김 대표는 활발한 성격 덕에 이사온 지 2년 만에 마을 부녀회장이 됐다. 특산물인 매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던 김 대표는 할머니들이 만들던 매실한과를 팔아보자고 제안했다.

 이 과정까지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평생 농사밖에 모르던 할머니들이 사장님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할머니마다 모양과 맛이 제각각이던 한과를 규격화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과 규정 등을 익히는 데도 한참 걸렸다. 이들은 익힌 내용을 잊지 않기 위해 다 같이 마을회관에 모여 ‘나머지 공부’를 하며 점차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갔다.

 늦깎이 노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과뿐만 아니라 매실원액, 매실장아찌 등 할머니들의 노하우가 담긴 새로운 상품도 개발한 덕에 매출은 2014년 3억6100만 원에서 2년 만에 약 2배로 뛰었다. 체험활동을 위해 마을을 찾는 방문객 중에는 라오스, 베트남, 가나 등지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김철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산업과 과장은 “마을 구성원이 특산물을 재배하는 1차 산업을 기반으로 이를 가공하는 2차 산업, 체험프로그램 개발 등 3차 산업 등과 연계한 백석올미마을 사례는 6차 산업화를 통한 마을 소득 증대의 성공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12일 농식품부가 선정한 ‘이달의 6차산업인’으로 뽑혔다.

 서로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할머니들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자신감이다. 김 대표는 “이제는 ‘늙어도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덕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며 “자식들에게 용돈을 주겠노라며 설 명절을 손꼽아 기다리는 할머니도 많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백석올미마을#매실한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