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8년만에 간부 3만5000명 임금 동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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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부진 이어 경기침체 전망에 위기극복 위한 고통분담 나서
5월 임협 앞두고 노조 지도부 압박

 
현대자동차그룹이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2년 연속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다 올해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 나온 조치다. 간부 사원에 한정됐지만 현대차가 직원 임금을 동결한 것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13일 간부급 직원들에게 각 계열사 대표이사 명의로 올해 임금 동결 내용을 전하는 e메일을 발송했다. 해당자는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의 과장·차장·부장급 3만5000여 명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e메일에서 “경기 침체와 판매 부진, 영업이익 하락 등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추가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임금 동결 배경을 설명하고 간부급 직원들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현대차그룹 소속 임원 1000여 명은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해 급여 10%를 자진 삭감했다.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는 매년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결과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비노조원인 과장급 이상 간부급 직원들은 사측과 매년 개별적인 연봉 계약을 통해 임금이 결정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임금 동결을 적용한다. 취지를 충분히 설명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간부급 직원들이 솔선수범하겠다는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는 게 현대차 측의 판단이다. 간부 사원들의 추후 성과급 지급 여부는 올해 경영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

 현대차는 2009년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자 노사가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2006년에는 간부급 직원들만 기본금을 동결했다.

 간부급 직원의 임금 동결은 5월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있는 금속노조 현대차지부(현대차 노조) 지도부에는 압박이 될 수 있다. 2006년 당시 현대차 노조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있기도 전에 회사가 관리자를 동원해 임금 동결을 결의하고 이를 홍보하는 것은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사전 도발 행위”라고 반발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노조는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수출과 내수 판매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연간 판매 실적은 788만266대로 연초 목표량 813만 대에 24만9734대(3.1%) 못 미쳤다. 지난해 1∼9월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8% 감소했고 판매량도 1.7% 줄었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밝지 않다. 삼성증권은 13일 보고서에서 “10월 파업 영향 등으로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이 1조4428억 원 수준에 그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올해 신차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대내외 상황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현대차#임금동결#경기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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