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대신 감원 한파… 금융권 우울한 연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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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보험사들이 올해도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6년 만에 전체 직원의 14%를 줄이는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AIA생명도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금융사들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찾기보다는 손쉬운 인력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 3000명 넘는 은행 희망퇴직 신청자

 KB국민은행은 19일부터 나흘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800여 명의 직원이 퇴직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같은 퇴직 규모는 2010년 3244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이후 최대다. 현재 국민은행 전체 직원 수는 2만500명이다.

 신청자 중 대부분은 과·차장 이상 책임자급 일반 직원이며 30, 40대 여성 직원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이 확정된 사람은 내년 1월 20일까지 근무한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아닌 일반 직원은 최대 36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거나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달 41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이 중 404명이 이달 말까지 근무한다. 이달 초 신청을 받은 SC제일은행에서는 60여 명이 퇴직을 신청했다. KEB하나은행도 22일부터 26일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희망자를 받는다. 신한은행은 1월 희망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2011년 이후 이익 증가율이 인건비 증가율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이라는 손쉬운 수단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매년 희망퇴직이 계속 반복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미리 인력 효율화를 해야 한다고, 경기가 나쁠 때는 사정이 안 좋아서 해야 한다면서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17개 은행의 올해 3분기(7∼9월) 당기순이익은 3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순이익이다.
○ 보험사도 피해 가지 못한 감원 칼바람

 보험사들도 줄줄이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AIA생명은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해 최근 절차를 끝냈다. 5년 만에 추진하는 것으로, 직급과 관련 없이 근속연수(과장 이하는 7년 이상, 차장 이상은 2년 이상) 조건만 갖추면 신청할 수 있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신한생명도 20년 이상 근무한 4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한생명은 신청자를 50여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2월(59명)과 10월(100명)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또는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었다. 1년에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밖에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달 직원의 8% 정도인 50명을 감축했고,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도 올해 6월 각각 100명과 200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희망퇴직에 나서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지급할 보험금이 더 많은 역마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안 좋을 것을 감안해 인력을 줄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성모 기자
#감원#금융군#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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