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산업계 주도의 공학교육 프로그램 개발로 인재양성시스템 변화기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특별기획 - 미래 신산업과 산업전문인력③


- 기업에 꼭 필요한 산업인력양성 위한 산학협력 체계 강화해
- 미래 유망 일자리 수급 불균형 해소, 신산업 발전의 토양 마련

위부터 이상엽, 강원규, 강수영, 신용욱 디자이너
위부터 이상엽, 강원규, 강수영, 신용욱 디자이너


최근 산업디자인에서 가장 핫한 분야로 뜨고 있는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한국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벤테이가와 콜벳을 디자인한 이상엽, BMW 4시리즈 쿠페를 디자인한 강원규, 링컨 MKZ 실내를 맡은 강수영, 푸조 208의 신용욱, 크리이슬러 300의 류영준 등은 자동차 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지명도를 쌓아가고 있는 디자이너들이다. 실제 전세계 7개국에 산재한 미국 GM의 자동차 디자인 센터 10곳에는 2,500여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는데 그 중 200명이 한국인이라고 한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으로 명성을 쌓아온 한국의 희망적인 미래를 엿볼 수 있게 해주는 글로벌 인재들이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6년 독일명차의 디자이너 피터 슈라리어를 영입한데 이어 최근에는 벤틀리의 수석디자이너 출신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 신차 디자인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영입한 이후 그 뒤를 이을 '라이징 스타' 후진육성플랜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나마 현대차에서 이상엽 디자이너를 불러들여 제네시스 개발에 투입하는 등 글로벌인재의 영입 및 활용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년 후 인공지능 로봇이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한다 해도 창의적인 디자인 분야는 감히 넘볼 수 없는 미래 유망 직업 중의 하나이기에 이 같은 글로벌 인재들의 존재감은 빛을 발할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유망 신기술과한국정부가 선정한 5대 미래유망신산업

조만간 수요가 급증해 취업 기회가 많고, 소득이 높은 직업, 미래성장 가능성이 밝아 고소득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업, 자신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유망 직업은 무엇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은 15개 국가 경영자 3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란 보고서에서 기술 및 사회 경제적 변화에 따라 일부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겠지만, 반면 새로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날 것이고 기업은 새로운 기술로 그 자리를 채워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기업들은 기존 직원을 훈련하여 새로운 작업에 필요한 재능을 발견하는데 신속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분석한바 있다.

WEF가 이 보고서에서 밝힌 미래 유망 기술은 △인공지능(로보틱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3D프린팅, △무인이동체(무인자동차/드론), △나노기술, △유전학/생명공학 등 7개 분야다. 주로 미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ICT 융복합 기술이다.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미래신산업 5대분야(ICT융복합, 신소재, 바이오헬스케어, 고급소비재, 에너지신산업)와 비교해보면 에너지분야를 빼고 거의 일치한다.

미래유망 신산업을 책임질 인재들을 육성하려면 우리의 교육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21세기 변화를 주도하는 융합시대에 맞춰 특히 인문학과 공학간의 융합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기업들은 점점 더 창의력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원한다. 로봇, 나노 등 유망한 첨단 산업일수록 융복합형 창의인재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하다.

세계 굴지의 대학들도 미래형 인재육성을 위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MIT 미디어랩은 다학제적 연구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을, 일본 게이오대는 디자인 창조성과 경영 창조성간의 조화를 이룬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기업 수요에 맞춰 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디자인하는 캡스톤 교육… 산학협력의 출발점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의 개발부터 생산까지 스스로 설계와 제작을 진행해보는 '캡스톤디자인(Capstone Design)'을 교과목으로 신설해 미래융합형 엔지니어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장실무를 경험하기 위해 산업계의 요구를 대폭 접목시킨 캡스톤디자인은 학생들의 창의성, 실무능력, 팀워크 능력, 리더십 등을 키우는 데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캡스톤 디자인 과정이 특정학과별로 운영되다보니 타전공자의 참여율이 낮고 다학제 융합교육의 취지에 벗어난다는 점, 현실감이 없고 창의성이 떨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가 있고 학기제로 과제를 마무리해야한다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 등 미흡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간다면 산학협력의 좋은 사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계 수요에 맞는 인재공급이 가능한 공학교육 필요, 기업의 적극적 참여로 인재양성시스템 정착해야



캡스톤 디자인과 같이 최근 대학교육은 시장 수요에 발맞춰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우선적으로 산업계가 주도적으로 전문인력 양성에 관심을 갖고 선투자를 하는 채널을 공식적으로 열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산업계의 협조 없이는 성과를 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주원종 교수는 "기업의 업무를 이해 할 수 있는 최소 실무능력과 심화된 전공지식을 균형 있게 가르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캡스톤디자인 과목을 전공에 관계없이 인문계 학생이 공대 학생들과 팀을 이뤄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개발해볼 수 있는 다학제·융합형 프로그램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대학에서도 관련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창의적 인재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하여 협업 기회를 늘릴 방안 등을 더 연구하여 기업과 협력해 나갈 때 성공적인 산학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훈련과정 도입과 함께 산업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현장실습 및 설계 수업을 함께 발전시켜 현재의 캡스톤 디자인 과정을 좀 더 보완한다면 곧바로 현장 투입이 가능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이와 관련 산업통상자원부의 원동진 산업정책관은 "최근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추어 주력산업 고도화 및 신산업 창출 인력양성에 연간 1,0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라면서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및 구조조정 등의 사회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산업전문인력양성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과 비전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산업전문인력양성은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이 최우선▼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자율주행차, 산업용무인기, 웨어러블디바이스 등 제조업 혁신을 통한 신산업 분야에서는 단기간에 대규모의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창출될 것입니다. 특히 해당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패권을 쥐는 국가들은 가장 큰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게 됩니다.

현재 보다는 미래의 인력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은 산업 현장의 인력양성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 핵심 인재를 양성하는 체제를 마련하고 해당 분야의 산업체들이 혁신역량을 강화하도록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현재의 교육 체계로는 산업현장, 특히 미래산업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키워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괴리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요. '산업인력양성'은 정부에서도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주요 산업분야별로 교육 및 인력파견 등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시스템에서는 많은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원장은 "기업들이 산업인력수요에 맞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에 좀 더 주도적으로 초기단계부터 관여한다면 인력수급의 격차를 점차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주력산업과 신성장산업 모두 산업별 특성에 따라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인력을 양성할 것인지에 대해 산업체, 교육기관, 정부가 함께 협력하여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교수가 기업에 들어가 활동하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기도 하고, 학생들도 일찍부터 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면서 그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산-학 협력체계의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정원장은 또한 "매년 조사되는 산업기술인력 수급통계를 보면 실제 기업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해야 할 석·박사급 인력은 수요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면서 "고학력 고급인재 발굴과 함께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지는 고급전문인력 양성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주력산업 분야의 인력들이 기획·설계 등 고부가가치분야의 전문인력으로 성장할수 있도록 산업계도 정부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경험이 축적된 좋은 인재의 재교육과 신규인력 육성은 해당 산업계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켜줄 것"이라며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designed by 강동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