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에서 방영된 TV 드라마 ‘심야식당 2’에는 밤늦게 식당을 찾아 닭튀김을 주문해 놓고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잠에 빠지는 한 여성이 나온다. 가족과 떨어져 객지에서 혼자 지내는 데다 남자친구에게 생활비를 대느라 잠을 줄여 가며 일하기 때문이었다. 맥주를 잘 마시지 못하는 그녀에게 식당 주인이 만들어 주는 술은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은 ‘하이볼’이었다.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일본에서 하이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덩달아 ‘위스키=독한 술’이라는 기존 인식도 달라졌다.
국내 위스키 시장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가 위스키의 주요 소비층을 중장년층에서 20, 30대로 넓히고, 하이볼처럼 젊은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음용법을 연구해 공개하기로 했다. 디아지오 일본법인 대표를 겸하는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사진)는 일본법인 대표 취임 3주년을 기념해 일본 후쿠오카의 한 식당에서 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년 남성이 접대받을 때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20, 30대가 친숙하게 여기는 위스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위스키 시장은 2002년 359만 상자(1상자는 500mL 18병)로 정점에 이른 뒤 하락세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 238만 상자 정도였던 국내 위스키 시장은 지난해 174만 상자로 2002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업소 등 제한된 곳에서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데다 위스키에 대한 지식 등이 부족한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일본 위스키 시장도 한국 시장처럼 침체를 겪었다. 1988년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일본 위스키 시장은 경제위기 등으로 20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1998년 2935만 상자였던 시장 규모는 2008년 834만 상자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하락세를 거듭하던 일본 위스키는 2011년부터 연평균 8%가량 성장하고 있다.
조 대표는 “일본 위스키의 부활은 하이볼 등 새로운 음용법이 유행하고 술집뿐만 아니라 식당에서도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위스키 업체인 산토리는 위스키가 식사와 잘 어울리는 술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가쿠 하이볼 나이트’ 캠페인을 벌이고 식당에서 간단하게 하이볼을 만들 수 있게 전용장치인 ‘가쿠 하이볼 타워’를 설치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소비자들이 가볍게 위스키를 즐길 수 있도록 10월에 조니워커 레드를 200mL 용량으로 출시하고 다양한 위스키 음용법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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