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괴물’들 이젠 中企까지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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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톡 기능’ 등 무차별 소송→ 작년 194건… 5년새 3배 이상으로
中企 10곳중 4곳 꼴 “대비책 없다”

카카오와 네이버 자회사인 라인은 최근 글로벌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 힘겨운 싸움을 준비 중이다. 5월 말 글로벌 NPE인 유니록은 두 회사를 상대로 미국 텍사스 연방지방법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라인’의 보이스톡 기능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대기업이 아닌 벤처기업에서 출발한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국내 기업이 NPE의 소송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인 관계자는 1일 “본사가 소송 대응 방법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특허정보회사 광개토연구소가 2005년부터 10년간 미국에서 제기된 특허 소송을 분석한 결과 NPE의 국내 기업 특허 공격 범위가 넓어져 지난해에는 중소·중견기업이 4곳이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소된 국내 기업이 2006년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6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3곳으로 늘었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1개 기업이 여러 건의 특허 소송을 당하면서 총 특허 소송 건수는 2010년 58건에서 2015년 194건으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변리사 업계는 최근 특허괴물의 공격이 빈번해지면서 드러나지 않은 합의는 더욱 늘었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대처 능력이 부족하거나 소문이 나는 것을 두려워해 판결이 나오기 전에 합의를 하는 기업의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특허괴물의 새로운 먹잇감이 되고 있지만 대응책이 마땅치 않아 개별 기업은 물론이고 국내 산업계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한 자동차부품 업체는 특허괴물의 경고장만 받았는데도 합의금을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중견기업들은 특허괴물의 공격을 받았음에도 수출 등 거래 관계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극구 숨기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특허 분쟁에 아무런 대비책이 없다고 답했다.

강민수 광개토연구소 대표(변리사)는 “경고장을 받으면 무조건 합의하기보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김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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