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車-카드-로봇 만나 장난감-애니-게임 ‘3박자 대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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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완구시장 평정한 ‘터닝메카드’의 성공요인

“메카니멀 고.”

초등학교 근처나 아파트 단지 놀이터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이들이 작은 자동차(메카니멀)와 몇 장의 카드를 들고 삼삼오오 모여 이런 구호를 외치며 게임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손오공의 인기 완구 ‘터닝메카드’를 활용해 어린이들이 놀이를 하는 모습이다.

터닝메카드는 2014년 말 출시 이후 이전까지 일본 장난감 ‘요괴워치’ ‘파워레인저’ 등이 장악하고 있던 약 1조 원 규모의 국내 장난감 시장 판도를 한 번에 바꿨다. 국내 최대 장난감 전문 판매점인 롯데마트 토이저러스의 지난해 매출 상위 20개 제품 중 13개가 터닝메카드였다. 이 같은 인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7월 1일부터 18일까지 토이저러스에서 팔린 남아 완구 상위 10개 제품 중 6개 제품이 터닝메카드였다.

터닝메카드 장난감은 지난해 2월 출시 후 지금까지 42종의 제품이 출시됐는데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아이들이 사 달라고 조르다 보니 부모들 사이에서 ‘완구계의 등골브레이커(부모 등골을 휘게 만들 정도로 돈을 많이 쓰게 하는 제품)’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출시 초반에는 대박을 예상 못 한 손오공의 대응 실패로 제품 품귀 현상까지 벌어져 부모들이 터닝메카드를 사기 위해 마트마다 긴 줄을 서기도 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7호에 실린 ‘손오공의 터닝메카드 성공요인 분석’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 자동차+카드+로봇… 남아 취향 저격

터닝메카드 시리즈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카울’의 변신 모습. 터닝메카드는 미니카가 카드와 만나면 자동으로 변신하는 로봇 완구다. 손오공 제공
터닝메카드 시리즈 중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카울’의 변신 모습. 터닝메카드는 미니카가 카드와 만나면 자동으로 변신하는 로봇 완구다. 손오공 제공
남아 완구업계의 성공 키워드는 크게 ‘자동차’, ‘카드’, ‘로봇’이다. 터닝메카드는 바로 이 3대 키워드를 잘 융합해 성공을 거뒀다.

터닝메카드는 완구와 카드가 같이 들어 있는데 이 둘을 결합하면 완구가 순간적으로 바뀌는 일종의 ‘자동 변신로봇’ 방식이다. 이 제품 개발을 총괄한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은 어린 시절 새가 부리로 종이쪽지를 뽑아 주는 새점(鳥占)을 생각하며 ‘무언가를 물었을 때 순간 변신하는 장난감’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특정 카드를 바닥에 깔고 소형 자동차 모양의 장난감을 그 위로 굴려 자동차와 카드가 맞닿는 순간 자동차가 자동으로 로봇으로 변신하는 모습에 아이들은 열광했다. ‘변신 로봇=수동 변신’ 공식에 익숙해 있던 어린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불러일으킨 것. 터닝메카드에 적용된 이 자동 변신 방식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것으로 국내 특허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특허까지 취득한 상태다.

○ 제품과 애니메이션 제작 능력

하나의 캐릭터 완구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상 100억 원 정도의 선투자가 들어간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한다. 그렇다 보니 국내 완구업체가 쉽사리 자체 캐릭터 제작에 뛰어들기 쉽지 않은 구조다.

기술력 역시 부족했다. 변신 로봇 제작의 핵심은 금형기술이다. 본래 손오공은 오랜 기간 일본 회사의 인기 변신 로봇을 금형 제작한 경험이 있다. 초기에는 단순히 일본 다카라토미사가 알려준 기술을 적용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본의 기술을 철저히 분석해 자체적인 금형기술을 개발했다.

애니메이션 기획 및 제작 능력의 향상도 터닝메카드 성공에 중요한 열쇠가 됐다. 캐릭터 완구는 애니메이션이 기반이 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부족함이 많았다. 아무리 완구를 잘 만들어도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지 못하면 완구는 잘 팔리지 않는다. ‘포켓몬스터’나 ‘기동전사 건담’을 비롯한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애니메이션과 만화(카툰), 소설, 완구, 게임을 함께 기획한 것은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고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 매출과 인기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에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뽀로로 등의 성공으로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역량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완구업계에서도 ‘우리나라 기술로도 승산이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다. 터닝메카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성공 신화를 만들 수 있었다.

○ 원소스 멀티유스(OSMU) 전략

‘터닝메카드’의 인기에는 하나의 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소위 ‘원소스 멀티유스(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애니메이션-완구-배틀 게임-모바일 게임’으로 이어지는 터닝메카드의 OSMU 전략은 터닝메카드의 인기를 가중시키는 큰 축이다. 여기에 뮤지컬과 각종 캐릭터 상품이 더해지면서 터닝메카드 흥행 돌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터닝메카드는 2014년 11월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후 2015년 2월 장난감 캐릭터를 활용한 TV 만화 ‘터닝메카드’가 방송을 타면서 곧 장난감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손오공은 완구업계 최초로 터닝메카드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내놓으며 인기에 불을 붙인다. 터닝메카드 모바일 게임은 미니카가 달리는 경주게임이다. 실제 구입한 장난감에 있는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모바일 게임의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연계성을 높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터닝메카드 OSMU 전략의 핵심은 ‘터닝메카드 배틀’이다. 손오공은 터닝메카드를 갖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를 개발하면서 놀이 방법을 상세히 설명한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배틀 역시 ‘스탠더드 배틀’ 방식과 ‘어드밴스 배틀’ 방식으로 나눠 흥미를 배가시켰다. 또 애니메이션 방송 끝부분에 매번 게임 방법을 설명함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배틀 게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아이들은 배틀을 즐기기 위해 부모를 졸라 다양한 액세서리도 구입했다.

손오공이 터닝메카드를 통한 OSMU 전략에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지난해 10월 열린 ‘터닝메카드 2015 테이머 챔피언십’이다. 자신이 가진 미니카와 카드를 활용해 참가자들과 배틀을 펼치는 이 대회에는 어린이 240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행사에 앞서 5주간 매주 월요일에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 리그 참가자 400명씩 총 2000명을 모집했는데, 미취학 아동 리그 참가 신청 당시 3분 만에 200명 정원이 마감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하지 못한 아이들과 부모들로부터 요청이 쇄도하자 손오공 측은 추가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case study#완구시장#터닝메카드#장난감#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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