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 동시 임상 시스템… 신약 노하우 초고속 축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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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강국의 길]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삼성바이오에피스 전경.
고한승 사장
고한승 사장
올해 1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첫 번째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베네팔리(국내명 ‘브렌시스’)가 유럽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4월에는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인 플릭사비(국내명 ‘렌플렉시스’)가 유럽의약국(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에서 긍정 의견을 받았다.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회사를 설립한 이래 4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삼성물산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한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지난해 12월 부사장에서 승진한 고한승 사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금까지 자가면역치료제 3개, 항암제 2개, 당뇨병치료제 1개 등 총 6개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다. 바이오의약품은 합성 성분으로 만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세포와 단백질, 유전자 등 살아 있는 생물체 원료를 이용한다. 합성의약품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적지만 구조가 복잡해 복제약 만드는 게 신약 개발만큼 어렵다. 바이오신약 개발은 15년가량,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6∼7년가량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개발 중인 7개의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까지 합하면 13개의 바이오시밀러를 보유하게 된다.

베네팔리는 다국적제약사 암젠이 개발한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로 류머티스 관절염과 건선성 관절염 등에 효능이 있다. 2014년 한 해 동안 세계적으로 89억 달러(약 10조4000억 원)어치가 팔렸다. 플릭사비는 다국적제약사 얀센이 만든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역시 관절염 치료제다. 임상3상을 끝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SB5까지 합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 가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확보한 것이다. 애브비의 휴미라 한 종류의 전 세계 매출만 129억 달러(약 14조9000억 원)에 이르는 거대한 시장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제형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환자의 선택권을 넓힌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베네팔리는 근육에 주사하는 피하주사제로, 플릭사비는 정맥주사제로 개발됐다. 피하주사제는 주삿바늘이 육안으로 보이는 주사기 타입과 허벅지에 대고 가볍게 치면 내장된 주사침이 나오는 펜타입 두 가지로 만들었다. 펜 타입은 환자 본인이 스스로 투약할 수 있어 간편하다.

설립 4년 만에 이처럼 많은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바이오업계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빠른 성장의 비결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표준화’를 꼽았다. 업무 작업의 표준화를 통해 임상 전 실험 단계부터 최종 허가 과정까지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 실수를 줄이고 시간을 절약했다.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인종과 성별을 감안한 ‘표준 설계도’를 그렸다. 덕분에 전 세계 10개국 이상에서 동시에 진행할 수 있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이런 표준화 작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노하우가 축적되고, 단기간에 성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하는 것도 장점이다. 세계 각국은 의료비 재정을 줄이고 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5분의 3가량이다. 대형 생산설비를 갖춘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을 이용해 안정적인 생산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장점이다. 고 사장은 “대량 생산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전 세계의 더 많은 환자가 우수한 치료제를 쓸 수 있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임상 시스템#신약#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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