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이어 저축銀도 가세… 10%대 中금리 대출시장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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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등급 신용자 2000만명 주타깃… 2016년 인터넷은행 도입으로 시장 확대
수익성 악화 은행들 선점경쟁 치열… “고객 뺏길라” 대부업체도 긴장

학자금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직장인 조모 씨(35)는 최근 한 시중은행에서 연 7%의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 조 씨는 원래 처음부터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업체를 찾을 생각이었지만 최근 시중은행에서도 자신과 같은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정보를 접하고 바로 이 은행을 찾았다. 조 씨는 “알고 보니 다른 은행에서도 모바일을 통해 그리 높지 않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연 10% 안팎의 중(中)금리 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고객들을 끌고 있다. 특히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생기면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우리, 농협, KB국민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 판매 잔액은 537억5000만 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는 중금리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가 많지 않았다. 주요 시중은행은 대출이 부실화될 리스크를 걱정해 고신용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에 집중했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은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영업에 매진했다.

하지만 저금리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은행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속속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이면서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도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SBI저축은행이 지난해 12월 말 선보인 대출 상품 ‘사이다’도 열흘(영업일 기준) 만에 대출 잔액이 48억 원을 넘어섰다. OK저축은행 역시 연내 모바일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이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 것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중금리 대출이다. 이 은행들은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중간 등급 신용자 약 2000만 명을 대상으로 연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고 저축은행, 캐피털 등 제2금융권 이용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을 세웠다. 대부업계도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대부업체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저렴한 중금리 대출 상품이 나오면 기존 고객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금융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저신용자들에게 제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NH EQ론’은 대출자의 평균 신용등급이 5.2등급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 30대가 약 70%였고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00만∼500만 원이었다.

은행들은 이미 판매된 중금리 대출 상품의 데이터를 쌓아가면서 이를 토대로 나름의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에 대한 대출 경험이 없었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대출 상품의 양과 질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금리 대출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은행들의 부담도 크다. 권우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금리 대출에 나선 은행들의 경우 연체율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며 “요즘 대출 조건이 조금씩 강화되는 것으로 미뤄 은행들이 벌써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음에 따라 대출 평균 금리가 오르고 이에 따라 부정적인 인식이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황성호 기자
#중금리#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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