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협약에 뜨거워지는 친환경 ‘그린본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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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녹색산업 투자시장 급팽창

“지구의 기후를 해치는 투자는 앞으로 더이상 이익을 내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독일 금융회사 알리안츠의 올리버 베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이렇게 밝혔다. 앞으로 석탄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기업의 투자를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인 풍력 개발에 40억 유로(약 5조1600억 원)를 투자하겠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석탄 산업으로 매출의 30% 이상을 거두거나 석탄을 원료로 한 에너지를 30% 이상 사용하는 기업에는 더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독일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친환경 투자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추세를 보인다. 1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기후변화가 투자 수익률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으로 친환경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 합의문이 마련되면서 친환경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 녹색 산업과 관련한 용도로 사용처가 제한된 채권인 글로벌 그린본드(green bond)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2011년 12억 달러(약 1조4100억 원)에서 지난해 366억 달러로 급증했고, 올해는 발행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린본드를 발행하려면 국제공인기관의 녹색인증을 받아야 하는 등 기존 채권보다 발행 절차가 까다롭고 채권 수익률도 2∼3% 수준으로 다른 채권보다 높지 않다. 하지만 사회책임투자(SRI)가 확대되면서 수요가 급증해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투자은행(IB)이나 민간기업이 발행에 참여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프랑스의 전력회사 GDF수에즈가 6개월, 1년 만기의 그린본드를 25억 유로 규모로 발행했는데 투자자들이 모집 금액의 3배 이상 몰렸다. 미국과 스웨덴의 연기금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투자 포트폴리오에 그린본드를 속속 넣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린본드는 향후 기업들의 주류 자금 조달 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2013년 수출입은행이 국내 최초로 5억 달러 규모로 그린본드를 발행한 후 추가 발행이 없는 상태다. 이종은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관들도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 그린본드를 대체 투자 중 하나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2016년 유망한 투자 테마로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서서히 늘어나는 분위기다.

국내 투자자가 해외의 친환경 산업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한 투자다. 전문가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전기자동차,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을 유망 산업으로 꼽고 있다. 박중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2차전지 등의 신규 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 제조기업 중에서 친환경 기술을 보유한 곳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기후협약#친환경#그린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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