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버는 족족 송금 바쁜 외국 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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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재투자 1년새 23% 급감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계 외국인투자기업 E사는 대기업에 유무선 통신네트워크 기술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67억1791만 원의 당기 순이익을 올렸다. 이 중 130억 원을 현금 배당했다. E사의 직원 수는 2013년 928명에서 이듬해 851명으로 줄었다. 회사가 설립된 2010년(1213명)과 비교하면 인원이 30%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토목공사용 기계장비 부품을 만드는 외투기업 C사는 지난해 9억3675만 원의 당기 순이익을 냈다. 미국 중장비 제조업체가 100% 지분으로 투자한 이 회사는 순이익이 크지 않았는데도 같은 해 104억6000만 원을 미국 본사에 배당했다. 2013년에 발생한 미처분 이익잉여금(111억 원)을 합쳐 순이익의 1000%가 넘는 현금을 배당한 것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시설투자 등으로 쓴 현금 투자액은 60억 원으로 전년(245억 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에서 번 돈을 한국에 재투자하기보다는 본국에 송금한 셈이다.

외투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금을 한국에 재투자하는 대신 본국으로 송금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외투기업의 투자까지 감소하는 ‘투자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0월 외투기업들의 수익 재투자 금액은 29억8500만 달러(약 3조4924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6억8440만 달러)보다 23.4% 감소했다. 외투기업의 수익 재투자 금액은 2010년 81억900만 달러에 이르는 등 2007∼2010년에는 한 해 70억∼80억 달러에 달했지만 2011년부터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수익 재투자란 외투기업이 이익 가운데 본국에 송금한 돈을 빼고 한국에 남겨 놓은 금액을 뜻한다. 이 돈은 주로 한국에서 재투자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해외 수익 재투자는 외투기업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1∼10월 한국 기업의 수익 재투자 금액은 65억593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4억5850만 달러)보다 47.1% 늘었다. 한국에서 투자처를 찾기 힘들어 국내외 기업을 막론하고 벌어들인 돈을 한국에 놔두기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기업들은 한국이 높은 인건비, 강성 노조,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 등 투자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국내 기업이 완성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 외국 기업은 중간재를 국내 기업에 공급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를 해왔는데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런 선순환 흐름이 끊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물려 배당 등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기업들이 한국에서 ‘수익금 곳간’을 없애도록 내몰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기업의 사내보유금을 가계의 주머니로 보내기 위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추진했지만 기업들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에 사내유보금을 투자에 이용하기보다는 배당 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외투기업들도 국내 법인으로 분류돼 기업소득환류세제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보건의료, 소프트웨어 등 유망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국내외 기업들에 투자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외국 기업#수익재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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