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말 공공기술’ 中企가 꿰게… 창조경제 숨은 공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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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硏 ‘기술이전 전담조직’ 주목

2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주변에서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전거 앞에 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들은 전담 조직(TLO)을 통해 기업에 이전돼 사업화에 활용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 주변에서 자율주행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자전거 앞에 서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도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들은 전담 조직(TLO)을 통해 기업에 이전돼 사업화에 활용된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치호 단장
최치호 단장
29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 박람회’.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자율주행차 시연회에 몰려들었다. 관람객들은 운전자 없이 자동으로 멈추고, 회전하는 자동차에 놀라워하면서 “ETRI가 자동차를 만드는 곳이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인 ETRI는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관련 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기업을 돕고 있다. 그런데 ETRI 같은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해당 기술을 기업이 원해야 하고, 사업화 가능성도 높아야 하는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기술 이전 전담 조직(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이다.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TLO는 25개 출연연에 각각 설치돼 있다. 연구자들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으로 연계하는 것이 가장 큰 임무다. ‘구슬(개발된 기술)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사업화 성공) 보배’라는 속담을 실천하는 것이다. 창조경제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TLO는 창조경제의 숨은 주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25개 출연연 TLO 가운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최치호 기술사업단장(54)은 29일 TLO를 배구에서의 세터와 비유했다. 그는 “TLO는 기술이 오면 그것을 잘 토스해서 수요자에게 넘겨준다”면서 “배구 경기에서 세터가 경기의 반을 좌우하듯 TLO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최 단장은 KIST의 기술 이전 실적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캡슐형 대장 내시경’을 꼽았다. 긴 관을 삽입할 필요 없이 작은 캡슐 크기의 기계를 몸 안에 넣으면 외부에서 자동으로 조종할 수 있는 내시경 기술이다.

○ 이스라엘의 ‘예다’처럼 돼야

최 단장은 한국의 TLO가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사업화 전문기관인 예다(YEDA)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약 1조 원의 매출을 내고 있는 와이즈만 연구소의 자회사인 예다는 1959년 설립돼 2011년까지 총 17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하고 76개의 기업을 분사했으며, 2011년 기준으로 약 150억 달러(약 17조3000억 원)의 파생수익을 기록했다. 기술의 사업화는 예다가 책임지고 연구소와 연구자들에게는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최 단장은 “한국의 TLO가 예다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과에 대한 지나친 압박이 줄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TLO가 출연연의 한 부서로 남아 있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최 단장의 생각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창조경제#창조경제 박람회#정부 출연 연구기관#etri#기술 이전 전담 조직#t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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