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절하 목표 10%說… 리스크 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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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가치 사흘간 4.66% 하락, 더 떨어질 여지 적다지만
위안화 사흘째 절하… 조정 마무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잇따른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잇따른 위안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이날 한은은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하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13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를 1.11% 추가로 인하했다. 이로써 위안화는 11일부터 사흘간 4.66% 절하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안화의 하락폭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되찾았다. 런민은행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화가 추가 절하될 여지는 크지 않고 조만간 안정 기조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

중국이 사흘째 위안화를 절하했지만 금융시장은 차츰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다. 중국의 이번 조치가 전면적인 환율 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8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74.0원에 마감했고 코스피는 7.99포인트(0.4%) 오른 1,983.46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주요국의 거시경제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게 다시 한번 드러난 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다가올 외부 변수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中 “추가 절하 여지 크지 않아”… 시장 안정

중국은 올 4월경부터 달러화 대비 위안화의 고시환율을 달러당 6.11위안대로 거의 고정시켜 운용해 왔다. 자국 화폐가치의 안정성을 높여 ‘위안화의 국제화’를 돕고 중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사실상 ‘달러화 페그제(고정환율제)’와 다름없는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방침은 정부와 시장의 심각한 괴리라는 부작용을 일으켰다. 수출 둔화와 경기 침체, 해외로의 자본 유출이 발생하면서 중국 은행들끼리 거래되는 ‘진짜’ 환율은 정부의 고시환율과 관계없이 상승세(위안화 가치 하락)를 이어 갔던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뒤늦게 “시장 환율을 제대로 반영하겠다”면서 11일부터 사흘 동안 이 격차를 줄이는 작업을 단행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금까지 중국은 자국 수출이 손해 보는 걸 감내하면서까지 위안화 환율을 무리하게 고정시켜 왔다”며 “하지만 이는 환율을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역행하는 데다 경기 회복에도 도움이 안 돼 정책 기조를 대폭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은 위안화의 과도한 절하를 막기 위해 12일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조차도 위안화 환율의 지나친 변동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중국의 ‘환율 개혁’이 일차적으로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팀장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환율 전쟁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시장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며 “지난 사흘간 시장 환율을 거의 따라잡은 만큼 앞으로 절하의 폭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13일 시장 환율의 종가를 감안했을 때 14일 위안화 고시환율의 오름폭은 13일(1.11%)보다 훨씬 낮은 0.3∼0.4%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하면서 위안화의 움직임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지난 며칠간의 위안화 절하에 맞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는 중국 당국의 의도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더 면밀히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중국의 조치는 환율을 시장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에 대한 영향이 상당히 복잡한 만큼 앞으로의 환율 움직임을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추가 절하에 대한 불안감 여전

그러나 중국 경제의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고돼 있어 시장에서 보는 위안화 환율과 이를 반영하는 고시환율은 앞으로도 추가로 상승할 여지가 크다. 중국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위안화 평가절하 목표치를 10%가량으로 정해 놨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보고서를 통해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6.8위안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시작된 11일 이후 원화 가치 하락 폭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컸고 국가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서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시장의 일시적 충격이나 환율 움직임보다 더 큰 문제는 실물 부문이다. 중국의 성장률이 지금처럼 점점 가라앉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면 산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중국펀드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설정된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의 일일 수익률은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첫날인 11일 일제히 ―1∼―2%대로 떨어졌다. 당분간 위안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위안화 절하로 신흥국에서도 자금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중국 및 신흥국 펀드 수익률의 동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이유종·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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