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새 나가는 이익 잡아라”… 가격관리가 경영의 승부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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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컨설턴트가 금속 가공 회사에 상주하며 오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일을 할 때였다. 당시 이 컨설턴트는 현장을 개선해야 매출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작업장에 낭비가 없는지, 상태가 좋지 않은 기계는 없는지 확인하며 6개월에 걸쳐 문제를 바로잡아 나갔다.

그 결과 제품 한 개에 2엔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아, 이제 실적 회복의 실마리를 잡았구나’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다. 우연히 제품이 개당 93엔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105엔에 팔리던 제품이었다. 놀란 컨설턴트는 담당자를 불러 자초지종을 물었고 담당자는 거래처에서 요구해 어쩔 수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6개월간 고생해 올린 2엔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많은 기업이 의외로 가격을 소홀히 여긴다. 품질을 향상시키거나 납기일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온 힘을 쏟지만 원가 또는 가격 결정 문제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질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며 스스로 만족하고 마는 식이다. 기술을 갈고닦아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회사의 강점이 되고 잘 팔 수 있는 기초가 되므로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제품이 팔려도 이익이 남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 컨설턴트는 여러 기업과 일하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이익의 90%는 가격 결정이 좌우한다’라는 책을 펴냈다. 저자 니시다 준세이 컨설턴트는 “이익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아무리 벌어도 손쉽게 이익을 날려 버릴 수 있다”며 “모든 직원은 이익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갖고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익을 관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표면가격과 이면가격을 분리해 생각할 것을 제안한다.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표면가격이 아니라 숨겨져 있지만 실제 이익으로 직결되는 이면가격을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면가격을 구성하는 요소 중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다. 설치나 수리 등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들을 유료로 전환하면 새 나가는 이익을 잡을 수 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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