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기업 → 저성장 악순환… 남은 2년반 어깨 펴게 해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박근혜노믹스 ‘마지막 골든타임’]<上>성장 프레임을 복원하자

경기 성남시의 한 대형 마트에서 김상문 씨(43)가 운영하는 유아복 매장은 2012년 3월부터 월 매출이 10% 넘게 줄었다. 대형 마트에 월 2회 주말 의무 휴업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가게를 내놨지만 의무 휴업 여파로 권리금 시세가 20%가량 떨어져 가게를 팔지도 못하고 있다.

대형 마트 1위 이마트는 2012년 10조900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0조800억 원(2012년 이후 신규 점포 제외)에 머물렀다. 그렇다고 전통시장이 살아난 것도 아니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액은 2012년 20조1000억 원에서 지난해 19조9000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경제 민주화로 포장된 대형 마트 규제 정책은 이렇게 전통시장을 살리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 6개월 동안 설익은 경제 민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성장 동력을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전념할 수 있도록 경제 활성화 및 구조 개혁에 ‘다걸기’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경제 민주화로 기업 투자 위축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해 국내 기업들은 경제 민주화와 반(反)기업 정서로 인해 잔뜩 움츠러들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연간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경제 민주화 입법(29.8%)’을 경영에 영향을 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경제 민주화 1호 법안인 징벌적 손해배상제(하도급법 개정안)를 비롯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공정거래법), 가맹점주 권리 강화(가맹사업법) 등이 잇따라 시행됐다.

불합리한 갑을 관계가 줄었다는 점 등 긍정 평가도 있지만,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었다는 지적이 많다. 시행 5년째를 맞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가 대표적이다. 한류 열풍의 주역이던 막걸리는 2011년 적합 업종 지정 이후 2012, 2013년 매출이 각각 전년 대비 12.3%, 15.9%씩 줄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제한해 전체 시장규모가 쪼그라든 것이다.

경제 민주화 법안으로 꼽히는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법(화평법)과 유해물질 관리법(화관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연간 1t 이상 제조·수입하는 모든 화학물질을 의무적으로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사업장 매출의 최대 5%까지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도록 한 내용이 국제 기준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들 법에 대해 “한국 정부가 규제를 만들면서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하겠다고 언급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경제적 약자를 살리기 위한 경제 민주화 정책들이 대기업은 물론이고 소상공인, 중소기업까지 어렵게 만들었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반시장적 규제를 없애며 성장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정부 후반기, 성장에 다걸기 해야

기업들의 투자 위축은 수치로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총투자율은 2012년 30.8%에서 201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9.0%, 올해 1분기(1∼3월)에는 28.1%로 떨어졌다.

투자 위축은 경기 침체와 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졌다. 정부는 2013년에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며 세무조사로만 8조6188억 원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정작 세입(歲入) 예산 대비 세수(稅收) 결손액은 2013년 8조6000억 원, 지난해 10조9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기업 투자 위축으로 성장이 둔화됐고, 세수가 부족해 나라살림의 적자 폭이 커졌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제는 국민도 성장 없이 복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남은 2년 6개월은 대통령 공약 중 문제가 있는 것을 과감히 바로잡는 기간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는 정책으로 현 정부 전반기에 성장의 기회를 날려 버린 만큼, 후반기에는 경제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와 고용을 유도하는 친기업 정책이 내수 경기를 살리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지름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고언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 경제가 여기까지 온 가장 큰 힘은 결국 기업에서 나왔다”며 “정부와 국민이 기업인들의 처진 어깨를 다독여 주고 기업에 대한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팀장=김상수 산업부 차장
팀원=박형준 정세진 이샘물 신무경(이상 산업부) 이상훈 기자(경제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