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서 굴려주세요… 어느새 80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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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랩어카운트 뭉칫돈 몰려
증권사 PB가 고객 취향 맞춰 설계… 주식-펀드-ELS 등 자유롭게 투자
3개월 10%대 수익 올리기도

김모 씨(46)는 최근 은행 예금 1억 원을 찾아 증권사의 ‘맞춤형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했다.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가 알아서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골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시장 변화에 맞춰 관리해준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김 씨는 “초저금리 시대라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몰라 골치가 아픈데 전문가가 대신 투자 전략을 짜준다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1.5%시대에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까지 커지자 증권사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서 운용해주는 맞춤형 랩어카운트 상품에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가 투자 조언을 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 결정과 사후 관리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재테크 스트레스’에 지친 투자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 80조 원대로 커지는 시장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맞춤형(일임형) 랩어카운트의 잔액은 79조489억 원으로 지난해 말(71조6389억 원)보다 7조4100억 원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잔액 규모가 80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 랩어카운트 잔액은 16일 현재 4조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조4000억 원 늘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의 랩어카운트 잔액도 2조2322억 원으로 3342억 원 증가했다.

증권사 본사 직원이 운용하는 상품보다 일선 PB들이 고객을 일일이 만나 취향에 맞도록 상품 구성을 설계해주는 랩어카운트 상품이 인기다. PB들이 운용하는 상품인 미래에셋증권의 ‘프리미어멀티랩’의 16일 현재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1503억 원 늘어난 1조1772억 원이다. 한국투자증권이 5월 말 선보인 ‘마이스터랩’도 두 달 만에 1010억 원을 모았다.

○ 은행 예·적금 이탈 고객 유치 나서

랩어카운트는 투자 전문가들이 자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대한 대처도 쉽다.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 상무는 “최근 중국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의 수익률이 하락하자 80∼90%였던 중국 주식의 비중을 50%로 줄여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자산 구성을 바꿀 때 매매수수료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이 때문에 은행 예·적금의 낮은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반투자자들도 랩어카운트 상품을 주목하고 있다. 올 3월 PB가 운용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에 가입한 신모 씨(47·여)는 3개월간 10%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자 은행 예금을 헐어 랩어카운트에 추가로 투자했다. 삼성증권의 대표 상품 ‘POP UMA’는 6개월 이상 운용했을 때 평균 수익률이 9.77%다.

증권사들도 큰손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던 랩어카운트 상품의 문턱을 낮추며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과거에는 최소 가입금액이 1억 원 내외였지만, 최근 최소 가입금액을 3000만 원으로 낮춘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 펀드와 달리 해외주식 매매수익에 대해서는 종합과세하지 않고 분류과세(22%)를 적용해 금융소득이 많은 투자자들에겐 유리하다.

○ “하반기는 채권보다 주식”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랩어카운트에서 채권보다 주식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전망했다. 미국 금리 인상이 예상돼 채권보다 주식시장을 더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 박건엽 미래에셋증권 글로벌자산배분팀장은 “일본과 유럽은 양적완화 기조가 이어지고 경제 기초 여건이 좋아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랩어카운트 상품이라도 자신의 계좌에 어떤 자산이 들어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증권사나 PB의 과거 운용 실적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랩어카운트라도 원금 손실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 예금과 똑같이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랩어카운트#뭉칫돈#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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