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기관 ‘경기부양 2조’ 부채평가서 제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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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6년 평가 불이익 안주기로… 4대강 자금 중점 관리때와 대조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최근 정부의 경기부양 기조에 따라 2조 원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늘어날 부채에 대해 정부가 내년 경영평가 때 공공기관에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단기적으로 건설 투자 등을 늘려 내수 회복에 속도를 내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 4대강 사업 등 지난 정부의 국책사업 때문에 생긴 공공기관 부채를 방만 경영의 결과로 간주해 비판하며 중점 관리했던 점을 고려할 때 공기업 경영평가의 잣대를 필요에 따라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공공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8월 이후 경기 진작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을 위해 마련한 총 22조 원의 재정보강 방안 중 2조 원을 공공기관 투자로 충당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자금은 주택 건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자체 설비 확대 등의 방식으로 경제에 직접 투입되는 만큼 경기진작 효과가 즉각적이다.

정부는 당초 이런 효과에 주목해 공공기관에 투자 확대를 요청했지만 각 기관들은 부채 증가로 경영평가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체 투자를 꺼렸다. 실제 정부가 5월 공공기관 투자계획 조사 당시 기관들이 밝힌 투자액은 3000억 원에 그쳤다.

공공기관들이 이렇게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정부는 지난달 각 기관에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부채가 증가할 경우 해당 부채는 2016년 경영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자체 투자 1조7000억 원과 정부 재정 투입 시 공공기관이 같은 금액을 투자하는 ‘매칭 사업’ 3000억 원 등 총 2조 원 규모의 공공부문 투자가 확정됐다.

세부 투자계획에 따르면 LH는 당초 내년에 추진하기로 했던 경기 김포신도시 개발사업을 올해 하반기부터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전은 인천 송도지역에 전력시설 공사를 조기 추진하는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 자회사들의 발전소 착공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한국도로공사는 가드레일 등 유지보수 공사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공공기관 부채 증가분이 내년 경영평가에서는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도 면죄부를 받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한쪽에서는 부채를 줄이라고 해놓고 다른 쪽에서는 부채 부담이 커지는 사업을 추진하라고 독려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경기부양#부채평가#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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