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장률 지켜라”… 가용 자금 총동원해 경기 부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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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살리기, 추경 포함 22조 편성]
2014년 ‘46조 패키지’ 성과 미미… 이번엔 효과 빠른 부양카드 꺼내

정부가 2년 만에 또다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대규모 재정보강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을 맞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수출 부진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까지 침체에 빠지면서 국내외에선 한국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라도 일단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 3%대 성장률 빨간불

최근 국내 민간 연구기관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당초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경기 진작을 위해 가동한 총 46조 원의 ‘정책 패키지’ 효과가 올해 2분기(4∼6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경기지표는 개선되지 않았고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1.5%로 낮췄지만 정부가 추가로 재정정책을 내놓지 않으면 3%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정책 패키지는 금융보증 및 융자지원 형태로 이뤄져 그 효과가 시장에 전달되는 데 시차가 있었다. 반면 이번 재정보강은 추경과 기금지출 확대 등 시장에 직접 돈을 풀기 때문에 즉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4조5000억 원 규모의 금융보증 및 융자지원까지 포함돼 있어 내년도 성장률도 일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계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크게 반겼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정부의 이번 방안은 메르스 불황 극복과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가 되도록 빨리 집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불황이 추석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며 “금융보증과 융자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져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청년일자리 확충 등 전방위 재정지원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면서 재정사업을 최대한 끌어 모았다. 11조8000억 원의 추경 중 △메르스 대응 △가뭄·장마 대책 △서민생활 안정 △안전투자 등 4대 부문에 사용되는 세출확대 재원은 6조2000억 원이다.

이 중 메르스로 인한 보건의료 분야의 지원액이 9000억 원이다. 우선 감염병 보호장구 70만 세트와 의약품인 항바이러스제 300만 명분 등을 비축하는 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또 정부는 전국적으로 음압·격리병상 117개를 확대 설치하고, 메르스 피해 병의원에 대해 보조·융자지원을 하는 데 8000억 원을 쓴다. 메르스 피해가 큰 관광업계와 중소기업, 수출업체 등에는 1조6000억 원을 지원한다.

수자원 확보와 재해 대비에도 7000억 원을 투입한다. 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안전등급 D·E등급을 받은 노후 저수지 408곳을 개보수하고, 급경사지 등 붕괴위험지역 174곳을 정비할 예정이다. 농산물 수급 불안에 대비해 700억 원 규모의 긴급 수급안정자금을 신설하는 등 농산물 수급 조절 및 소비 촉진 지원을 위해 1000억 원을 확보했다.

취업성공 패키지, 청년인턴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5700명→1만2700명)와 같은 청년일자리 확충과 고용 안전망 강화에 9000억 원을 투입한다. 서민·취약계층의 생활 안정에도 3000억 원이 쓰인다. 또 군 장병의 근무여건 개선 등 안전생활 여건 조성에 2000억 원을, 진주∼광양 철도복선화 공사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조기 완공 등에도 1조5000억 원을 사용한다.

○ 사업 끼워 넣기 논란 나와

정부는 추경 세출안에 세월호 선체 인양 지원(406억 원), 인문계 대학생을 위한 특화과정 신설(979억 원), 노후 산업단지에 스마트 공장 구축(50억 원), 청년고용플러스센터 설치(13억 원),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을 위한 고용장려금 재원 마련(206억 원), 공연티켓 ‘1+1’ 지원(300억 원) 등 다채로운 사업을 담았다. 정부는 ‘이색사업’으로 설명했지만 당초 추경 편성의 취지와 맞지 않은 ‘생뚱맞은 사업’이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SOC 사업 예산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도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내수 침체로 피해를 본 영세사업자를 돕거나 메르스로 피해를 본 병원들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돈을 푸는 김에 이것저것 끼워 넣은 사업도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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