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악몽 재연되나” 침통한 금감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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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특혜 의혹’ 검찰 압수수색
4년전 전현직 임원들 줄줄이 조사… “대외 이미지 또 나빠질라” 우려

“4년 전 저축은행 사태 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의 2013년 3차 워크아웃 때의 특혜 논란과 관련해 7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자 금감원 내부에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포함해 전현직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조직이 크게 흔들렸던 상황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금감원 임직원들은 검찰이 금감원뿐 아니라 김진수 전 부원장보(55) 등 전직 임원들의 자택까지 압수수색한 데 대해 매우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수사 범위가 최고위층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서다. 10일 한 금감원 관계자는 “앞서 감사원 조사에서는 경남기업과 관련해 담당 팀장이 징계를 받는 선에서 끝났지만 검찰 조사가 시작된 이상 ‘몸통’으로 수사의 손길이 뻗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금감원의 이미지가 다시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기업 워크아웃 담당자들의 고민은 더욱 크다. 워크아웃을 원활히 추진하려면 이해관계가 다른 채권기관들을 조율하고 중재해야 하는데 앞으로 어느 임직원이 워크아웃 업무를 맡으려 하겠냐는 것이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괜히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데다 은행들에 영이 안 서는 것도 문제다.

일부 금감원 임직원들은 검찰의 수사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김 전 부원장보가 금품을 수수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는 상황인데 겁주기 식으로 자택까지 압수수색하면서 무리하게 수사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금감원이 수사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은 2007년 신용금고 인수 로비 사건으로 김중회 전 금감원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11년에는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던 박원호 금감원 부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해 4월에는 금감원 직원이 KT ENS 협력업체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돼 경찰이 금감원 전산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이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본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함에 따라 은행권 전반으로 검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금융계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직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지만 수사 과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 minki@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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