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코리아]“게임은 계속된다” 이미지 개선·창업 활성화로 활로 모색

  • 동아일보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

한국 게임사(史)는 1998년 4월 첫선을 보인 스타크래프트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가 나오기 전 한국 게임은 중세 암흑기와 같았다. 게임하는 아이들은 ‘공부 못하는 아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게임하는 어른들은 ‘성숙하지 못한 어른’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가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게임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 사람들의 취향에 맞아떨어졌다.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 있는 PC방은 새로운 유망사업이 됐고, 프로게이머는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됐다.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로 급성장했고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 사회의 게임에 대한 경계심은 크게 줄어들었다. 1990년대 후반 이렇게 게임의 르네상스가 시작되고 17년이 지났다. 한국 게임은 지금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2015년 게임산업 발전의 중대기로

위정현 한국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올해는 한국 게임산업이 부흥할 수 있느냐, 아니면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냐를 판가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중국 게임의 성장을 견제할 수 있는 경쟁력을 올해 안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올해를 넘기면 그동안 한국이 가지고 있던 게임산업의 주도권은 중국으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 게임산업은 지난해 극적인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2007년 ―30% 성장을 기록한 이후 연평균 13%의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던 한국 게임산업은 2013년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지고, 규제가 강화된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게임산업 위기설’은 급속도로 퍼졌고 일부에서는 “더이상 게임산업에 미래는 없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많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아직 예상치이긴 하지만 지난해 한국 게임산업은 2.9% 이상 성장하며 전체 시장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개별 게임사의 약진도 돋보였다. 엔씨소프트 컴투스 게임빌 등은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고, 넥슨과 넷마블게임즈도 크게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진 점과 게임업계 최대 리스크로 꼽힌 규제 국면의 완화 조짐 덕택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됐던 것일까. 지난해 게임업계 최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지스타(G-STAR) 2014’의 슬로건은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였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 게임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로 꼽힌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는 “게임을 한국 문화콘텐츠의 중심이고 콘텐츠 수출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창의 산업이라고 말했다가, 어느 순간에는 게임이 청소년의 정신을 망치고 일상생활에서 정상 활동을 방해하는 사악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면서 이를 ‘콘텐츠 조울증’이라고 규정했다.

게임을 악(惡)으로 보는 암흑시대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도 한몫 했다. 2011년 11월 도입된 셧다운제(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밤 12시∼오전 6시 온라인 게임 접속 금지)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게임을 술, 도박, 마약 등과 함께 4대 중독으로 묶으려고 했던 정치권의 움직임도 가세했다.

게임업체의 한 임원은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게임업체들이 효과적으로 공동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사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일 수 있는 토대는 충분히 갖춰져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1990년대 후반 대학생이면서 누구의 눈총도 받지 않고 스타크래프트를 즐겼던 첫 세대가 현재 학부모들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퇴근 후 PC방에 모여 스타크래프트 한판 즐기는 문화를 만들었던 것도 바로 이들이다.

위정현 교수는 “게임업체들이 힘을 합쳐 게임의 긍정적인 요소들을 적극 홍보하고, 학부모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게임에 대한 오해의 시선들을 걷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것은 단기간에 끝나는 노력이 아니라 게임산업이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라고 조언했다.

게임 업체 간 상생 기류

다행히 게임업계 간 상생 기류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게임업계에는 대작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로스트아크’를 비롯해 ‘리니지 이터널’, ‘문명온라인’, ‘메이플스토리2’, ‘서든어택2’, ‘트리오브세이비어’, ‘파이널판타지’, ‘프로젝트 혼’ 등이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업체들은 오히려 이 같은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다소 침체됐던 내수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좋은 게임은 회사의 성장 동력이면서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게임 한류를 되살릴 불씨다. 이 과정에서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아닌 ‘상생’ 기류가 감돌고 있다.

넥슨의 ‘넥슨 파트너스 센터(NPC)’, NHN엔터테인먼트의 ‘&Start 펀드’, 스마일게이트 ‘오렌지팜’, 네오위즈게임즈의 ‘네오플라이’ 등은 대표적인 상생 협력의 사례다. 넥슨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게임벤처 및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서울 선릉과 경기 판교 2곳에 NPC를 오픈하고 무상으로 개별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입주사가 원할 경우 재무, 법률, 투자 등 기업 운영관리 전반에 대한 자문도 지원한다. NHN엔터테인먼트가 NHN인베스트먼트와 공동출자해 운용하는 인큐베이팅 시스템 기반 ‘&Start 펀드’는 일반적 자금 투자를 넘어 역량 있는 개발사가 안정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지원과 기업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한다. 스마일게이트의 ‘오렌지팜’ 역시 건전한 창업 생태계 구축과 그들의 열정을 지원하고자 마련됐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스타트업 발굴지원 투자 프로그램 ‘네오플라이’에도 모바일게임, 여행, 프로그래밍 교육,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의 8개 스타트업이 입주해있다. ‘국민 게임’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애니팡을 만든 선데이토즈가 네오플라이 지원을 받았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이제 정부도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게임업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게임산업진흥 중장기계획은 늦 은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2019년까지 세계적 게임사 20개를 양성할 계획이다. 10조 원 규모인 국내 게임시장을 13조 원으로 확대하고 수출 규모도 28억 달러에서 40억 달러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를 위해 국고 1800억 원과 민간 출자 500억 원을 더해 총 23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대형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문체부의 진흥책에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대국민 활동 계획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종합 지원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것 또한 시급히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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