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이케아의 반전… 중고 매입 사이트 열자 새제품도 잘팔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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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다시 쓸 수 있는 가구’로 호감 상승… 재구매 때도 이케아 제품 선택 늘어
사람들간 협력적 소비 지원하며 새로운 모델로 수익 창출 가능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소유하는 대신에 일시적으로 접근하고 공유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소위 ‘공유 경제(sharing economy)’라고 불리는 새로운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트워크 기술, 소셜 소프트웨어, 협력적 소프트웨어, 변화하는 소비자의 습관 등이 공유 경제라는 새로운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 경제와 관련한 산업의 매출 규모는 2025년 3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급격한 성장 속도에 비춰 볼 때 일부에선 공유 경제가 기존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가 줄어들어 기존 시장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최신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공유 경제를 키우면서도 기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수익성 확보 방안을 얼마든지 생각해낼 수 있다.

2010년 이케아는 고객들이 이케아 제품을 되팔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케아 패밀리’라는 고객 프로그램에 가입하면 이케아 제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무료로 자신이 쓰던 중고 물품을 업로드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였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 프로그램은 이케아의 신제품 매출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였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이케아는 중고 가구 재판매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환경 친화적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환경 보호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들이 이케아에 한층 더 커다란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고 거래 시장이 생겨나자 신제품 판매가 줄어들기는커녕 고객들이 기존 제품을 처분한 후 그 자리에 놓을 새로운 이케아 제품을 구입하게 됐다. 이처럼 공유를 지원하면 환경을 중시하는 고객을 유치해 기업 평판을 개선할 수 있고, 자사 제품을 판매하거나 소개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시장과 커뮤니티를 찾아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기업은 사무실 공간, 직원, 전문적인 지식 같은 잉여 설비에 대한 고민을 통해 협력적 소비에 참여할 수 있다. 예컨대 ‘업무 공간의 에어비앤비(Airbnb)’라고 불리는 리퀴드스페이스(LiquidSpace)는 임차인의 구체적인 요구에 맞게 업무 공간과 회의실을 조정하는 등 사무실 공간의 세계에 협력적 소비의 개념을 적용했다. 즉, 리퀴드스페이스 앱은 프리랜서를 비롯해 사무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와 시간 요건, 지리적 선호도에 걸맞은 업무 공간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사무실 공간 중 일부를 사용하지 않고 비워두고 있는 ‘기업’과 일시적으로 사무실이 필요한 ‘사람’을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의 업무 환경을 선호하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의 수가 어느 정도일 때 높은 생산성을 발휘하는지를 앱 사용자들이 프로필로 적어두면, 이를 토대로 사무실 공간을 공유할 수 있게 도와준다. 리퀴드스페이스는 사무실 공간을 가진 거의 모든 기업이 협력적 소비를 통해 이윤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약하면, 공유 경제는 기업들에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해 협력적 소비 추세를 활용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들을 이어주고 좀 더 효율적인 공유를 지원하면 기업들도 공유 경제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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