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환 가속… 대출부담은 줄어 ‘내집 마련’ 빨라질듯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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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1%대 기준금리]부동산 시장 영향은

“이제 누가 전세 놓겠어요. 전세금을 2억 원 올려 받아서 은행에 넣어봐야 1년에 이자가 300만 원도 안 되니….”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화를 걸어온 한 집주인의 말이다. 그는 전세금을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올려 내놨던 전용면적 79m² 아파트를 보증금 5억 원에 월세 80만∼100만 원의 보증부 월세(반전세)로 바꾸겠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요즘 나오는 임대차 매물의 60∼70% 이상이 월세”라며 “기준금리 인하로 월세를 선호하는 집주인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주택 임대차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옮아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 예금이 무의미해져 집주인들이 안정적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안 그래도 살아나고 있는 주택 구매 심리를 금리 인하가 더 자극해 주택시장의 매매가 활기를 띠고 가격은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는 빠른 속도로 전세를 잠식하고 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거래된 주택 월세는 8472건으로, 전체 전·월세 거래량(2만85건)의 42.2%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아파트 시장에서도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32.4%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 등은 40%에 육박했다. 앞으로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서울 전·월세 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수익률)은 연 7.1%. 전세를 월세로 바꾸면 연 7% 이상의 높은 이자를 받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집주인은 가급적 전세보다 월세로 집을 내놓게 되고, 전세는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해 전세금이 더 오르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연구위원은 “전세금이 올라가면 세입자는 깡통전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매매로 돌아서거나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선택하게 된다”며 “자금에 여유가 있는 일부만 전세시장에 남으면서 ‘전세 종말’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로 대출이자 부담이 낮아지면 주택 거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전세금 상승과 전세 실종 현상에 따라 내 집 마련으로 방향을 트는 수요자가 점차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주택 거래량이 1, 2월 모두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3월 들어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다음 달 출시될 1%대 수익공유형 모기지 등 저금리 대출에 대한 대기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택 거래가 늘면 집값도 함께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9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에 비해 0.15% 상승했다. 이는 올해 들어 주간 단위로는 가장 높은 상승률이며 2013년 10월 7일(0.18%) 이후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현재 훈풍이 불고 있는 신규 분양 시장도 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청약제도 개편으로 수도권 청약 1순위자가 대폭 늘어난 상황에서 중도금 대출 이자 부담까지 줄어들면서 수도권 택지지구나 서울 강남권 재건축 등 인기 지역에서는 청약과열 현상도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수요가 많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로 상가,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도 시중 부동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수익률이 연 5%대로 예전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은행 금리의 배 이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리가 내려가면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반응이 먼저 나타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서울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의 경우 초기 분양 이후 잔여 물량이 계속 남아 있다가 그해 8월 기준금리가 인하되자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고 전했다.

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면 전체 경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칫 시중자금이 부동산에만 몰려 ‘자산 버블(거품)’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효과가 소비, 투자, 생산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임대수익 없이 예금에만 의존해야 하는 퇴직자들의 고통이 극심해져 소비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홍수영·조은아 기자
#월세 전환#대출#내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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