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저축銀 이어 증권사까지… 日자본 ‘바이 코리아’ 공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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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매각으로 본 외국자본 실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은 이미 일본 자본의 손에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이제 증권이나 보험, 은행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금융권의 이런 우려는 과장이 아니다. 일본 자본은 ‘자금력’을 무기로 대부업계에 이어 저축은행과 캐피털, 증권 등의 영역으로 손을 뻗치며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도 일본계 금융그룹 오릭스가 한때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으로 1등 증권사로 꼽혔던 현대증권의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우리은행, LIG손해보험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중국 자본도 호시탐탐 매물을 노리고 있다.

○ 일본계 자본, 저축은행 대부업체 장악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은 이미 일본 업계가 장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의 자산 비중은 전체의 19.8%에 달한다. 일본계 자본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시장에 나온 알짜 저축은행들을 대거 인수한 결과다.

일본계 금융기업인 SBI홀딩스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만든 SBI저축은행은 자산규모 3조8000억 원으로 동종업계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소비자금융에 특화된 일본계 J트러스트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저축은행 업계 5위인 친애저축은행(자산 1조1432억 원)을 운영 중이다. J트러스트는 최근 SC저축은행도 인수했으며 아주캐피탈의 우선협상자로도 선정돼 인수를 앞두고 있다. 대부업계에서도 일본계인 아프로서비스그룹과 산와대부가 전체 대출액의 50% 이상을 차지한 상태다.

일본 자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한마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된 일본에서 1∼4%대 낮은 조달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국내에서 10∼20%대 이자를 받을 경우 손쉽게 이득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 중화권 자본도 보험 증권 은행까지 넘봐

일본계 자본은 오릭스의 사례에서 보듯 저축은행을 넘어 증권, 은행을 넘보고 있다. 여기에 중국 등 여타 아시아권 자본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대만의 유안타 증권은 이미 지난해 동양증권을 인수해 영업 중이다. 중국 푸싱금융그룹은 지난해 LIG손해보험과 KDB생명보험 인수전에 나섰다. 중국 안방보험그룹도 지난해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 당시 유일하게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아시아 자본의 공습에 금융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물로 나올 최대 증권사인 대우증권이나 우리은행도 외국계 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SBI저축은행이 우리은행 인수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부 유출 논란도 제기된다.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고금리로 수익을 올려 배당금을 일본으로 챙겨간다는 우려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자본이 저축은행 업계에 대거 진출했는데 아직까지 영업은 대부업체처럼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개인 신용대출에만 치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 때문에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에 외국자본과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업계 진출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과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업계 진출이 늘어났는데 그 영향을 분석해보자는 것”이라면서 “필요하다면 하반기에 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대부업#저축은행#증권사#일본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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