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임영록회장-이건호행장 ‘경징계’ 처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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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장담했던 금감원, 위상-신뢰 추락
“무리한 징계추진, 경영공백 초래”
최수현원장이 최종 확정하지만… 제재심의委 결정 뒤집힌 적 없어

林회장-李행장 ‘템플스테이 화합’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앞줄 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앞줄 오른쪽)이 22일 경기 가평군 백련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B금융지주 제공
林회장-李행장 ‘템플스테이 화합’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앞줄 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앞줄 오른쪽)이 22일 경기 가평군 백련사에서 열린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KB금융지주 제공
사전 예고와 달리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모두 경징계 처분을 받으면서 ‘강력 제재’를 호언장담했던 금융감독원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부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KB 수뇌부를 동반 중징계하려다 KB금융의 경영 공백은 물론이고 금융권 전반의 분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제재 결정으로 큰 고비를 넘긴 KB금융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이 22일 함께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 나섰다. 하지만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임 회장의 징계가 아직 남아있는 데다 내부 갈등의 골이 깊어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감독당국 위상 타격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22일 오전 1시까지 마라톤회의를 한 끝에 은행 주(主)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내부통제 부실과 도쿄지점 부당대출에 대한 관리소홀의 책임을 물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이 사안으로 6월 초 두 사람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지만 민간전문가들이 과반을 차지하는 제재심의위원회가 중징계가 과도하다며 제재 수위를 낮췄다. 제재심의위는 자문기구 성격이어서 최종 제재 확정은 최수현 금감원장의 몫이지만 금감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집은 적이 없어 경징계 결정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KB 수뇌부 엄중 징계’를 고수해온 최 원장은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징계 대상자를 놓고 두 달 넘게 제재 국면을 끌어오면서 KB는 경영에 차질을 빚었고 금융권은 징계 피로도만 높아졌다”며 “금감원이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주전산기 교체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이 특별검사에 착수한 지 한 달도 안 돼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것을 두고 부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무리한 제재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임 회장에 대한 또 다른 중징계 사안인 카드 고객정보 유출 건도 감사원이 금융지주회사법 규정을 들어 신용정보법을 적용한 금감원의 제재가 부당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 KB금융 “조직통합 우선”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된 임 회장 징계는 다음 달 제재심의위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국민카드 분사 당시 금융당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점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감사원이 제동을 건 만큼 경징계로 수위가 낮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와 방식 등을 개선해 제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떤 근거로 징계를 내리는지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재기관을 금감원 외부에 설치해 독립성을 확보하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뇌부 동반 중징계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KB금융은 징계 국면 과정에서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 영업력을 회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날 KB금융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경기 가평군 백련사로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떠났다. 임 회장은 백련사에 도착해 “임직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을 통한 조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 행장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 행장은 “징계 결론이 난 만큼 유보했던 주전산기 교체 문제부터 이사진과 의논해 해결하겠다”며 “그동안 미뤄진 인사도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제재심의위에서 문책경고, 정직 등의 중징계를 받은 KB 임직원이 23명에 이르는 데다 주전산기 교체 등을 둘러싼 임직원 간의 반목도 커 내부 통합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임수 imsoo@donga.com·송충현 기자
#KB금융#금감원#임영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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