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法 날개 단 중견기업 ‘피터팬 증후군’ 넘어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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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연합회, 법정 경제단체로 공식 출범

중소기업에도 대기업에도 제대로 끼지 못하던 중견기업이 비로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중소기업청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견련)는 2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중견련 법정단체 출범식을 열었다. 이날 출범식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중견련의 법정단체 출범은 이날 시행된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 특별법)’을 설립 근거로 한다. 중견기업 특별법은 중견기업의 범위와 정의도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이날부터 ‘공식적’으로 중견기업 시대가 열린 셈이다.

○ 정부의 정책 입안 파트너로

중견련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에 이어 세 번째 법정 경제단체가 됐다. 경제 5단체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정단체가 아니다.

중견련이 법정단체가 된다고 해서 특별한 권한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중기청 관계자는 “법정단체가 됐다는 것은 법 제정과 정책 입안을 정부와 함께 해나가는 파트너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이 한국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는 더 크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기업은 모두 2505개사. 중소기업의 범위(현재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자기자본 80억 원 이하. 내년부터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업종별 상한 기준 적용)를 벗어났지만 대기업집단(그룹사)이나 외국계 기업의 자회사에 속하지 않는 기업 등을 통칭한다.

2500여 개 중견기업이 2012년에 올린 총매출은 560조 원으로 삼성그룹과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액 합계(약 570조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근로자 수도 99만6000여 명으로 한국 전체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중견기업 중 상당수가 대기업 하청업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힘 있는’ 창구가 설립됐다는 점은 중견기업계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 산업 균형 성장의 버팀목 기대

이날 시행된 중견기업 특별법에 대해서도 정부와 산업계의 기대가 크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이 산업 균형 성장의 버팀목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중소기업 지위를 잃게 되면 받게 될 각종 규제와 혜택 감소를 우려해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스스로 멈추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넘어설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전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77개의 정부 지원이 없어지고 20개의 규제를 받게 됐다.

한 예로 이전에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기업에 납품하면 60일 이내에 하도급 대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은 중소기업으로 제한됐다. 하지만 3개 사업연도 평균 매출액이 3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이라면 이 혜택을 받게 된다. 대금을 받지 못해 생기는 ‘흑자도산’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셈이다.

○ 대기업 하청 극복은 과제

기대만큼이나 중견기업이 짊어져야 할 과제도 많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중견기업은 우리 경제의 허리”라며 “글로벌 히든 챔피언 육성과 명문 장수기업 육성을 위한 성장 사다리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내수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견기업인들이 동참하고 사회공헌에도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강호갑 중견련 회장도 “(중견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중견기업계가 스스로의 성장 동력을 찾아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 하청 위주의 산업구조를 극복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엄부영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의 히든 챔피언들은 해외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성장해왔다”며 “한국의 중견기업들이 현재처럼 대기업에 묶여 있는 한 히든 챔피언으로 성장하기 어려우므로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중견기업연합회#중견기업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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