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中·동남아 등 세계로 한발 한발… ‘금융 한류’ 눈앞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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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사 해외진출
해외 법인 세워 고객 유치하고… 현지 인력 채용해 영업활동 펼쳐

“금융권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도와 금융 한류(韓流) 바람을 일으키겠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금융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금융정책의 향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금융 한류를 꼽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난 것처럼 금융사들 역시 제2의 도약을 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금융사 스스로가 가장 절박한 심정이다. 최근 수년간 국내 금융사들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수익사업을 찾기 위해 활발히 나서고 있다. 해외에 사무소 등 점포를 내는 것에서 한 발 나아가 현지 법인과의 과감한 합작법인 신설, 제조업체와의 공동 진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한류’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은행, 중국·동남아 거점으로 세계 공략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거점으로 세계 다양한 지역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는 물론 각 지역의 대도시 곳곳에 점포를 열고 한국 교포는 물론 현지 기업 등을 상대로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3월 중국 시안(西安)에 20번째 점포를 열었다. 2007년 말 현지법인을 세워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에 영업점을 낸 하나은행은 고객의 70%가 중국인 고객일 정도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중국 지린은행과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할 정도로 현지 금융권과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현지 교포대상 금융회사인 BNB지주 인수를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받고 미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무역보험공사와 중소·중견기업의 베트남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원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최장 7년간 연 4% 이내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신한은행 현지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비자카드 베트남법인으로부터 ‘법인카드 1위 사업자’로 뽑힐 정도로 뛰어난 영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세계 15개국 68개 점포에서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신한 벨트를 구성하겠다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2012년 인도 뭄바이에 사무소를 개설하고 중국 현지법인을 설치하며 해외 진출에 본격 나섰다. 올해는 상하이에 점포를 신설해 중국 내 영업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 미얀마 주택건설개발은행(CHDB)과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해 국민은행의 주택금융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또 영국 런던 현지법인을 지점으로 전환해 자금조달 비용을 낮추고 기업금융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올 초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 지분 33% 인수에 대한 현지 금융당국의 최종승인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전체 자산 중 해외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5% 수준에서 15%로 늘리고 해외수익 비중도 15%까지 높일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작년 11월 미국 뉴욕에 지점을 열었고 베트남 하노이와 중국 베이징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 중이다.

보험, 현지 영업 확대로 점유율 확대 목표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보험 분야에서는 현지 진출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보험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신흥시장에서는 한국에서 쌓은 노하우가 발휘될 여지가 크다. 선진국 보험사들이 수십년간 한국 시장에서 활약한 것처럼 이제는 국내 보험사들이 앞다투어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전력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영업을 하며 생명보험업계 중 유일하게 3개 국가에 진출했다. 한화생명은 베트남에서 150명의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6500명의 설계사와 계약을 맺었다. 중국에서는 현지 은행과 제휴를 맺고 방카쉬랑스로 연금보험, 양로보험 등을 판매하고 있다.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은 “올해 해외자산 운용비중을 10%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중국 베이징에 57층 규모의 빌딩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부동산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또 중국 국유은행인 중국은행과 지분제휴를 맺고 은행 채널을 통한 상품판매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2012년부터 중국에서 자동차보험 사업을 본격 시작하면서 싱가포르에서 재보험사업에 나서는 등 다양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1984년 괌을 시작으로 2011년 뉴욕에 지점을 내는 등 미국에서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안청보험사 지분 15.01%를 인수하면서 공동경영에 참여해 현지 영업 노하우를 배우기 시작했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신흥시장에서도 현지 사무소를 중심으로 철저한 조사와 시장별 맞춤전략을 세워 단계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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