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협상 참여 망설이는 상대… 여론으로 압박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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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에 위치한 8층짜리 건물, 라나플라자가 무너졌다.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대부분은 해외 기업의 의류제품을 만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었다. 이 사건으로 서양의 유통기업들은 자사 제품이 생산되는 해외 공장의 열악한 환경을 방치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방글라데시는 세계 최대의 의류 수출국으로 연간 180억 달러에 달하는 의류를 생산한다. 이 중 60%가 유럽으로, 25%가 북미로 간다.

라나플라자 사고가 발생한 지 몇 개월 후, 해외 공장의 안전 강화를 목표로 유럽과 미국 유통기업들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하지만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구체적인 협정에 참여하기를 꺼렸다.

노동자들의 조합인 인더스트리얼 글로벌 유니온은 방글라데시 내 공장들의 안전을 위한 공동 협정을 추진하려고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이들은 스웨덴의 대표 의류 브랜드인 H&M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설득 초기 H&M 경영진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에 사인하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때마침, 활짝 웃는 H&M 최고경영자의 사진과 라나플라자 잔해 한가운데서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인의 사진이 한 인권 광고에 나란히 실리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결국 H&M은 해외 근로자들의 안전 개선에 투자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H&M이 움직이자 막스앤드스펜서(M&S)와 자라 같은 기업들이 그 뒤를 따랐다.

이처럼 주저하는 상대방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할 때 대중심리를 이용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라나플라자 재앙 이후 노동조합과 관련 단체들은 기업들이 빠르게 행동하도록 압박을 가했다. 대중의 관심이 사라지면 공장 안전 개선을 요구해도 기업들이 잘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유럽과 북미 컨소시엄 모두 몇 달 안에 합의에 이른 사실은 부정적인 여론이 얼마나 강력한 동기부여 요인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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